[돼지열병 비상] ④음식물 사료 규제 이뤄지나…법 개정 추진(끝)

중국, ASF 역학조사 결과 음식물 사료 급여가 확산 원인의 44%

양돈업계 "전문업체 음식물 사료화 막자" VS 정부 "그건 어려워"

김현권 의원 "유럽은 법적으로 금지"…사료관리법 개정안 발의

(전국종합=연합뉴스) 1957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1978년에는 몰타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2007년에는 조지아에서도 이 병이 번졌다.

'음식물폐기물 돼지 급여 전면 금지하라'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음식물류 폐기물 돼지 급여 전면 금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5.29

첫 발생 장소는 대부분 공항·항만 부근이었다.

이런 점에서 다른 나라의 ASF 바이러스가 공항·항만에서 나온 음식물 폐기물을 통해 유입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중국의 북쪽 랴오닝(遼寧)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터졌다.

당시 러시아 쪽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먹다 남은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버렸고, 바이러스가 남아있던 이 음식물 폐기물을 돼지에게 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렇게 번지기 시작한 ASF는 지난 4월 최남단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하이난(海南)성까지 퍼져나갔다.

중국 전역이 속수무책으로 ASF에 뚫렸다는 점은 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방역 당국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관에 적발된 반입 금지 식품 살펴보는 국무총리 (영종도=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말인 18일 인천공항 입국장 아프리카돼지열병 국경 검역장을 방문, 세관에 적발된 반입 금지 농산물과 육가공식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19.5.18

이런 점에서 대한한돈협회는 돼지에게 '잔반'으로 불리는 음식물 폐기물을 사료로 주는 것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ASF는 폐사율이 100%에 이르지만 백신이 없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자칫 유입되면 양돈업계에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행법상 음식물 폐기물을 돼지 사료로 쓰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폐기물관리법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환경부 장관에게 요청할 경우 직접 열처리해 자가 급여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을 뿐이다.

정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 다음 달부터 음식물 폐기물 자가 급여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료관리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전면적인 급여 중단은 불가능하다.

전문처리업체가 음식물 폐기물을 열처리해 가축용 사료로 제조, 축산농가에 공급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법 축산물 검역 홍보하는 이개호 장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ASF 유입을 막기 위한 불법 축산물 검역을 홍보하고 있다. 2019.6.3

이런 이유로 각 자치단체의 대책은 음식물 폐기물을 사료로 쓰는 농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반드시 열처리해 달라고 당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음식물 사료를 일반 사료로 최대한 빨리 전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정우 대한한돈협회 질병방역위원장은 "업체가 음식물 폐기물을 충분히 가열하지 않았거나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가 운반 도중 바이러스에 접촉한다면 330만 마리의 돼지를 땅에 묻은 2010년의 구제역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ASF 111건 역학조사 결과 44%에 달하는 49건이 음식물 폐기물 급여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농장 자가 급식을 중단할 수는 있어도 전문처리업체가 음식물 폐기물을 사료화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소규모 농가야 이 입장을 환영하지만, 대부분의 양돈 업자들은 "이런 미봉책으로는 절대 국내 양돈산업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방지에 힘써주세요'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0년 ASF가 발생했던 스페인은 음식물 폐기물을 가축 사료로 쓰는 것을 유럽 최초로 전면 금지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은 사례가 있다.

체코에서는 음식물 폐기물을 가축에게 먹이는 것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간주, 처벌하고 있을 정도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현권(비례) 의원은 "유럽에서는 과거 광우병·구제역 등이 발생한 후 유럽연합 규정에 따라 20여년 전부터 음식물 폐기물 급여를 법적으로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일 ASF를 비롯한 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음식물 폐기물을 돼지 사료 또는 사료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료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돈협회는 오는 19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강도 높은 음식물 폐기물 급여 전면 금지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강종구, 김선경, 심규석, 양지웅, 여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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