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서식밀도 1㎢당 5.2마리…북한 바이러스 유입 배제 못해
일단 국내 감염되면 급속 확산 불보 듯…차단방역 강화 중요
멧돼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국종합=연합뉴스) 아시아를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압록강 인접 지역인 북한 자강도로 번지면서 국내 유입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북한과 접경지역에 사는 야생 멧돼지를 통한 국내 전파 가능성이다.
야생 멧돼지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돼지고기 가공품과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산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학과 겸임교수는 "멧돼지는 일반 사육 돼지와 똑같이 아프리카돼지열병 증상이 나타나고 내보내는 바이러스양도 매우 많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은 비무장지대(DMZ)를 두고 남북 양쪽에 이중 철책이 설치돼 있어 멧돼지 이동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감염된 멧돼지 사체가 임진강이나 한강, 서해 등을 통해 떠내려와 국내로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은 남아있다.
돼지열병 차단방역 실시하는 접경지역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물가를 좋아하는 멧돼지의 습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는 "멧돼지는 강 주변에 나타나는 일이 흔하고, 섬과 섬 사이를 헤엄쳐 다닐 정도로 수영도 잘한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국내 멧돼지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5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당 5.2마리에 이른다.
통상 전염병 전파가 어려운 기준치를 1㎢당 1마리로 보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 밀도다.
이 수치 역시 표본조사 결과라서 실제 서식밀도는 이를 상회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멧돼지가 농가나 축사까지 제멋대로 드나드는 산간 지역의 경우 멧돼지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 북한 접경지역의 양돈 농가에 불똥이 떨어졌다. 이들 지역에서 기르는 돼지만 53만 마리에 이른다.
돼지 채혈하는 방역 관계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방역 당국은 이 지역 양돈 농가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는 한편 멧돼지 포획틀과 울타리를 우선해 설치하는 중이다. 이곳에 1차 방역대를 구축한 뒤 단계적으로 전국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두고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그동안 멧돼지 피해 방지를 위해 시행한 대책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는 멧돼지에 의한 영농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마다 포획과 더불어 피해방지시설을 갖추는 데 상당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경기도와 각 시·군은 멧돼지 피해방지단과 기동포획단을 운영해 한 해 5천마리가 넘는 멧돼지를 솎아내고 있다. 제거 효과를 높이기 위해 1마리당 5만원의 포획수당도 지급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1㎢당 멧돼지 서식밀도는 2014년 1.2마리, 2015년 2.2마리, 2016년 3.3마리. 2017년 2.8마리, 지난해 5.2마리로 꾸준히 불어나는 추세다.
개체수 조절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포천시 관계자는 "얼마나 많은 멧돼지가 서식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하는 방식이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멧돼지 수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휴대품 반입 엄격 제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들은 제멋대로 이동하는 멧돼지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면 순식간에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야생 멧돼지 이동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DMZ 지역 예찰에 집중하면서 양돈 농가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는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유입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며 "축산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도 멧돼지가 이를 퍼트리는 매개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항 검역부터 철저히 해야 하지만, 국민들도 외국에서 모든 형태의 축산물을 함부로 들여오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영식 전창해 최영수 홍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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