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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인터뷰] 이희수 교수 "난민 신청한 예멘인들 잘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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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바로 알기에 앞장서오다 강연 중단 고초도 겪어

"서구인 시선으로만 보고 인류 4분의 1 외면하는 건 잘못"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예멘인 난민 신청 논란 1년을 맞아 이희수 교수가 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주한 오만대사관 앞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해 이맘때 대한민국은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낸 예멘인 수백 명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일자리 잠식 우려와 테러·범죄의 공포가 높아지면서 난민 반대 집회가 이어졌고, 난민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70만 명 넘게 참여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낮은 난민 인정률을 지적하며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6월 1일 무사증 입국 대상국에서 예멘을 제외한 데 이어 난민심사 인력을 늘리고 난민심판원을 신설했다. 이들에 대한 난민심사는 484명의 신청자 가운데 난민 인정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으로 마무리됐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고, 이슬람 난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동 전문가이자 이슬람 문화 전도사로 꼽히는 이희수(66)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특훈교수를 3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찻집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인류의 4분의 1이나 되는 17억 이슬람 인구를 배척해서는 무역의존도가 95%를 넘는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없을뿐더러 글로벌 국가로 도약할 수 없다"면서 "예멘인 난민 논란을 계기로 중동과 이슬람을 바로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합뉴스

이희수 한양대 교수가 2017년 7월 24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한ㆍ터키 수교 60주년 기념 학술ㆍ문화 심포지엄에서 '한국인과 터키인 사이의 2천500년 관계 및 역사 교류'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예멘인 500여 명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갈등도 깊었고 논란도 뜨거웠다. 이들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지내는가.

▲ 대부분 제주도를 떠나 뭍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성실하게 일하며 별 갈등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도주의 차원의 의무이자 국제사회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국내 인력으로 도저히 충당할 수 없는 일자리가 20만∼30만 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난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 414명 중 75%인 314명이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취업했고 나머지는 제주에서 어업·양식업·농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 그래도 제주도에서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였고 전국적으로도 파장이 컸다.

▲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제주도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 장안동이나 답십리에는 시리아인 2천100명 정도가 살며 중고 자동차 매매업에 종사한다. 이들을 통한 중개무역으로 우리와 국교가 없는 시리아의 중고차 시장에 한국산 자동차가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들이 몇 년간 머물다가 한국어를 배워 돌아가면 양국의 가교 구실을 할 것이다. 예멘 난민의 4배가 넘는 숫자가 들어와도 문제를 일으키기보다 오히려 보탬이 되고 있다.

-- 당시 "유명 브랜드 신발 신고 항공권 끊어서 온 사람이 무슨 난민이냐"라는 말도 나왔다. 평소 생각하던 난민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기는 했다.

▲ 내가 봐도 돈 벌러 온 사람이 95%는 넘어 보인다. 그러나 내전 중인 예멘에서는 그대로 남아 있으면 폭격으로 죽든, 굶어 죽든, 창궐하는 콜레라에 걸려 죽든, 죽는 길밖에 없다. 온 가족이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 없으니 그나마 생활력 있는 젊은 남자가 다른 나라로 가서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많아졌다니 다행스럽다.

-- "무슬림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인을 강간해도 된다는 율법이 있다"거나 "알카에다 요인이 잠입했다"는 식의 이른바 '가짜뉴스'도 넘쳐났다.

▲ 사랑과 평화를 가르치지 않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종교가 어떻게 1천400년이나 존속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다른 종교들은 쇠퇴하는 데 반해 이슬람교는 지금도 성장하는 종교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아랍 유목민족 시절의 전통을 과장한 것이거나 서방의 편견이 덧씌워진 결과다.

-- 테러가 빈발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 중동 국가들은 유럽과 오랫동안 대결 구도를 이뤄왔고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배를 겪었다. 2차대전 후에도 이스라엘 건국을 둘러싼 분쟁과 석유를 차지하려는 강대국 패권 다툼에 휘말려왔다. 현재 유대인들이 서방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 중동의 일부 극단주의 집단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슬람의 본질은 아니다. 중동과 아픈 역사 경험이 없는 우리가 서구인의 시선으로만 이들을 볼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 여성이 억압받는 것은 문명국 기준에서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 아랍의 전통이나 이슬람 율법의 문제라기보다 낮은 민도와 경제·교육 수준의 영향이 크고, 일부 사례를 일반화한 측면도 있다. 히잡을 강요하는 나라는 이슬람 57개국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장관은 물론 총리를 여성으로 뽑은 나라도 여럿 있다. 정교일치의 사회에서 근대적 개혁을 이뤄 정교분리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슬람권의 여러 국가가 그 시기를 놓쳤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

-- 지금 라마단 기간이다. 무슬림은 라마단 금식을 비롯해 기도와 순례 등의 의무를 엄격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 복잡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 가르침일 뿐만 아니라 생활문화이고 전통이어서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하루 세끼 먹는 습관을 쉽게 버리지 않는 것처럼 이들도 영혼의 허기를 채우려 하루 다섯 번 기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5일 끝나는 라마단 금식도 신의 축복이자 국민 다이어트 기간으로 생각한다. 라마단이 끝나면 살을 몇 ㎏ 뺐는지 묻는 게 관례다. 물론 남이 안 보는 데서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심에서는 이 같은 의무를 덜 지키기도 한다.

-- 이슬람채권법 도입이나 할랄식품 단지 조성 등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다.

▲ 이슬람채권법은 이슬람 율법이 금지한 이자 대신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슬람 가르침에 따라 도축된 고기를 사용하는 할랄식품은 국내용이라기보다 수출용이다. 미국과 유럽도 허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테러 집단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고, 무슬림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무산됐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이희수 교수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류에 열광하고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는 이슬람 국가들을 왜 배척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 예전에는 우리나라와 중동의 교류가 활발했다고 들었다.

▲ 2009년 필사본이 발견된 고대 서사시 '쿠쉬나메'를 비롯해 경주에서 출토된 유물이나 괘릉의 무인석 등을 보면 페르시아와 신라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서역과의 해상 무역으로 일군 부를 바탕으로 후삼국을 통일했고, 원나라가 대제국을 세운 고려 후기로 가면 중앙아시아 인물이 많이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외래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전통이 강했다. 서역과 우리나라의 교류는 조선 초기까지 이어지다가 중국 명나라를 중심에 놓고 나머지 나라는 오랑캐로 취급하는 문화적 순혈주의가 득세하면서 단절되고 만다.

-- 교류가 재개된 뒤에도 여전히 중동과 이슬람은 낯설다.

▲ 우리가 중동을 기억하는 것은 건설, 석유, 테러 세 가지다. 이슬람 문화권은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걸쳐 있고 인종적으로 다양한데도 우리는 이슬람=중동=아랍으로만 인식한다. 더욱이 이란에서 MBC 드라마 '대장금'이 시청률 90%를 기록할 정도로 이슬람권에서는 한류에 열광하고 한국을 롤모델로 여기고 있는데도 우리는 이들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배척하려 한다.

-- 책 출간, 기고, 강연, 교과서 집필 등으로 이슬람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해오다가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는가.

▲ 나는 신학이 아니라 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각 지역민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왔고, 이슬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무지 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힘썼다. 그런데 악성 댓글은 물론이고 내가 강연하는 곳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공공기관에서 강연할 때는 "왜 이슬람교 선교하는 데 세금을 쓰느냐"고 비난한다. 학교로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가 하면 강의 도중 뛰어든 사람 때문에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퇴장한 적도 있다. 그래도 내가 쓴 책이 22만 권이나 팔렸다. 이슬람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내 강의를 듣고 무슬림으로 개종한 학생이나 청중도 없다.

-- 일부 개신교단에서는 이 교수를 사탄으로 여기기도 하던데.

▲ 제주도에 난민 신청자가 몰려왔을 때 일부 교회가 추방 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음식을 나눠준 사람도 대부분 교회 신자였다. 누가 더 예수 가르침을 따르며 사는 것인가.

이희수 교수는 한국외대 터키어과를 거쳐 터키 국립이스탄불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딴 뒤 한국민족학회장, 이슬람문화연구소장, 한국이슬람학회장, 한국중동학회장 등을 지냈고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세계문화기행', '이슬람과 한국문화', '터키사', '지중해 문화기행', '이슬람 문화' 등의 저서를 냈다. 2018년 1월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에서 정년퇴임한 뒤 한양대 특훈교수로 위촉됐다. 현재 한양대와 성공회대에서 강의하며 한·터키친선협회 사무총장, 중앙아시아국제학술연구소 한국대표,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경찰청 외사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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