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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힘···지상파 방영일정도 바꿨다

머니투데이 김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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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힘···지상파 방영일정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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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SBS 방영 예정 '배가본드', 넷플릭스 요구로 5월→9월···韓기업만 잡는 규제 완화돼야]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최상위 그룹으로 여겨졌던 지상파 방송사(지상파)의 콘텐츠 방영 시기가 넷플릭스의 입김으로 수개월 연기됐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지상파 편성에 영향을 미친 첫 사례로 변화되는 미디어 환경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BS 방영 예정 '배가본드', 넷플릭스 요구로 5월→9월= 3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당초 5월 SBS를 통해 수목드라마로 전파를 탈 예정이었던 24부작 드라마 '배가본드'의 방영시기가 9월로 연기됐다. 후반작업 및 사전심의 때문이라는 것이 외부에 알려진 방영 연기 사유지만 넷플릭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배가본드는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SBS와 함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드라마다. 연출도 SBS소속 프로듀서가 담당했다. 총 250억원이 투입됐으며, 넷플릭스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본드는 사전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져 지난달 초 촬영이 종료돼 SBS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자사 OTT 플랫폼 편성 편의를 위해 9월로 방영 스케쥴을 일방적으로 미뤘다는 전언이다. 약속했던 제작 투자금도 9월 방영시기에 맞춰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배가본드 방영 연기 이유에 대해 "투자비 9월 지급 여부 등을 포함해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SBS 관계자도 "9월로 방송이 확정된 것만 들었을뿐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의 성장 빨라져···韓기업만 잡는 규제 완화돼야=방송국 사정이나 제작 지연이 아닌 외부 글로벌 OTT 플랫폼 요청으로 지상파 방영 일정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미디어 생태계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지난해 중반까지만해도 국내 유료 가입자 20만명에 그칠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IPTV(인터넷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의 제휴 및 콘텐츠의 힘으로 4월말 기준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의한 국내 미디어 생태계 잠식 시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을 보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국내 제작사(CP)들이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결국은 해외 자본에 종속돼 가고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국내 미디어 생태계 종속을 막기 위해서는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디어 규제를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 등 시대에 뒤떨어진 시장 규제를 정리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대표 OTT가 안정적으로 출범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당 제작단가 상승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드라마 시장에 자본력을 앞세운 플랫폼의 힘이 커지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생태계의 해외 자본 종속을 막으려면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도 평평하게 다져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관 기자 s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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