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소설 공소장’ 비난에 반박 / 옛 직함 대신 ‘양승태 피고인’ 지칭 / “박병대 겁박 주장 근거 없는 얘기”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9일 오전 1회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이 전부 허구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검찰이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녹화물을 법정에서 재생하겠다며 날을 세웠다.
3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첫 형사 재판에 출석해 검찰 측 공소장을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자문을 받아서 소설을 쓴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법 집행기관인 검찰뿐 아니라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불허한 법원을 모욕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은 비록 전직이지만 양 전 대법원장을 예우상 옛 직함으로 불러왔다. 그런데 이날은 ‘양승태 피고인’이라고 지칭해가며 “피고인이 법 집행기관과 사법기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사찰’이라고 깎아내린 데 대해서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받아쳤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 자체 수사가 아니라 법원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3차례 자체 조사를 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자료는 법원에서 작성된 문건과 이메일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가 본인의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도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 조사 과정은 전부 영상녹화가 됐다”며 “그런 근거 없는 주장을 계속하게 되면 영상녹화 CD를 법정에서 틀어보는 검증신청을 재판부에 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 측이 조사 과정에서 겁박이나 통제 등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주장한 것도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법관 다수는 앞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술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검찰은 재판이 지연된 점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6개월 안에 끝나야 하는 구속사건의 첫 재판이 4개월 만에 열렸다”며 “일반 국민의 구속사건 재판에서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게 진짜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기한인 8월 10일 전 20명 정도만 증인신문이 가능하게 되어 있는데 검찰이 신청한 증인 210명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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