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탄력근로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민생현안 논의를 위해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임기가 29일 종료됐지만 재구성에 차질을 겪고 있다. 예결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사할 수 없다.여야 대립으로 국회 정상화도 요원하다.
'동물국회'로 전락했던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한 달 넘게 공회전한 국회는 '식물국회'가 돼버렸다. 36일째 국회에서 표류중인 추경안엔 먼지가 쌓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라도 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백기 투항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어떤 교섭단체도 국회의장에게 새 예결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법상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상임위원 임기만료 3일 전까지 새 상임위원 명단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선임을 요청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안 심사까지는 현 예결위원 라인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이날까지 예결위원 신청을 접수하고 일부 구성원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 추경안을 심사하려면 새 예결위가 출범해야 하는데 국회 파행탓에 미뤄지고 있다"며 "국회 정상화가 선행요건이라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물밑협상을 벌이면서도 이날 쟁점 현안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사사건건 대립 구도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를 외면하며 민생을 챙기는 척 코스프레를 하다가 뜻대로 안되니 억지를 부린다"며 "너무나 유아틱하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강효상 의원은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건에) 공포정치와 탄압에 맞선다고 하는데 과거 공안탄압이 어떠했는지 황교안 대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선 "막말 회사의 오너냐 아니면 이중잣대 CEO냐"고 묻기도 했다.
한국당도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문 대통령이 우리 당을 향해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 요청했는데 총선을 1년 안 남긴 시점에 국가정보원장과 민주당 선거책임자가 기자까지 동석해 4시간 넘게 자리를 가진 것은 과연 상식에 맞는 일이냐"고 했다.
전날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 관계부처 차관들과 실무자들이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에서 불참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닌가"라며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하고 국회를 농락하는데 이게 과연 상식이고 기본인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에 석옹해 여야 3당 교섭단체가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게 목표다. 안 될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나 민주당만의 독자 소집 요구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인영 원내대표가 어제(29일) 저녁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통화했다"며 "내일까지는 국회 정상화와 관련된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도 확인한 것 같다"며 "결국 서로 합의해야 할 문구나 내용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오늘이나 내일 중 합의가 이뤄지고 내일 소집을 요구하면 6월에는 임시국회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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