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진로 꿈꾸던 학생·교사들 의욕 떨어뜨려"
"학습과정상 필요한데…부정적 인식 확산될까 걱정"
"학습과정상 필요한데…부정적 인식 확산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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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대책위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게임 애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키자 게임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WHO는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4개 WHO 회원국들은 해당 안이 발효되는 2022년부터 게임중독에 관한 질병 정책을 펴야 한다. WHO에 따르면 게임중독은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동패턴이다.
2017학년도에 게임소프트웨어과를 개설해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는 서울 세명컴퓨터고 교사들은 게임산업 위축으로 인한 학생 진로문제를 우려했다. 유두규 교장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발표가 나오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게임에 질병 딱지를 붙일 경우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산업 진로를 꿈꾸는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특히 게임 관련 학과 1기 졸업을 앞두고 있어 학생들의 진로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유 교장은 학생들이 건전하고 교육적인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번 소식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이 짙은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이어나가야겠지만 `게임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이라는 인식으로 굳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올해 게임콘텐츠학과를 개설해 첫 신입생을 뽑은 서울 덕수고 관계자도 이번 WHO의 결정이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이선규 덕수고 교감은 “게임에 질병이라는 말이 붙었을 때와 붙지 않았을 때 게임산업이 받는 영향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면서도 “정부과 게임업계가 잘 대응하길 기대하면서 흔들림 없이 교육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게임 행위를 제재하지 않고 권장하고 있는 학교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을 두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지난 2000년 개교 당시부터 컴퓨터게임제작과를 운영하고 있는 하남 애니메이션고 관계자는 “컴퓨터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직접 해보고 구조도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학생들에겐 오랜 시간 게임을 하는 것도 하나의 학습과정일텐데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학생들은 불안심리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게임 관련 학과가 학생들의 인기 지원분야인 만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미래지향적 직업교육 차원에서 현재 e-스포츠 학과와 게임관련학과 등 게임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특성화 고교들이 상당 수 있다”며 “게임관련업계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당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학생들의 인기·유망 지원분야인 만큼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