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여성 앵커인 폭스 뉴스의 트리시 리건과 CGTN의 류신이 29일 위성 생중계를 통해 무역전쟁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CGTN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무역전쟁으로 맞붙은 미국과 중국이 여성 앵커를 내세워 대리전을 치렀다. 미국 앵커가 중국을 도둑으로 몰아가며 기선을 잡으려 하자, 중국 앵커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지적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국 폭스 비즈니스 채널의 앵커 트리시 리건과 중국 국영 방송 CGTN 앵커인 류신(劉欣)은 29일(미 현지시간) 밤 위성중계 생방송으로 공개토론을 펼쳤다. 시작부터 기 싸움이 팽팽했다. 리건이 “무역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듣겠다”며 류신을 “공산당 소속”이라고 소개하자, 류신은 “먼저 바로 잡고 가자”면서 “난 공산당 소속이 아닌 나 자신을 대변하러 온 방송 기자”라고 곧바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말이 엉키면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리건의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했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리건이 무역협상 전망을 묻자 류신은 “미국이 중국을 존중해야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며 “나는 (중국 정부) 내부 소식을 모른다”고 예봉을 피해갔다. 이에 리건은 기다렸다는 듯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훔쳤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선공을 날렸다. 그러자 류신은 “대가를 지불하고 지식재산권을 사 오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미국에서는 중국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이 문제로 서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리건의 진행이 못마땅한 듯 “나 역시 영문학을 전공했고 미국 교수와 친구들에게 영어를 배웠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시 리건은 중국 정부의 경제 통제를 겨냥해 ‘국가자본주의’가 무엇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류신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라고 정의하면서 “중국 직원의 80%는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수출의 80%도 민간에서 맡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중국 경제는 매우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리건은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직 미국에 맞설 수준은 아니라는 뉘앙스였다. 그러자 류신은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14억의 인구가 있고, 유엔 평화유지 임무의 최대 공헌자이고, 국제 인도주의 원조에도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자국 이익만 챙기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번 토론은 16분간 진행됐다. 다만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밋밋한 인터뷰 같았다”는 실망감도 적지 않았다. 중국에는 영상 송출이 여의치 않아 중국인들은 각 매체가 제공하는 문자 중계를 보며 류신을 응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