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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3기 신도시 조성 때맞춰… 이전설 타오르는 과천경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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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공공·임대주택지구 조성
지역 사회 중심으로 이전 소문 파다

주민들 “도박 폐해 커 경마장 옮겨야”
마사회 “5000여억원 소요… 여력 없어”
사회공헌 활발하나 부정적 인식 여전
서울신문

과천 렛츠런파크서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화훼단지에 2025년까지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은 경마공원과 주변 화훼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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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부터 한국마사회가 경기 화성 지역에 과천 경마장 이전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노려 항구가 있는 평택과 가까운 지역으로 옮기려는 것 같다.”

여러 세대째 과천시 과천동에 살고 있는 한 60대 주민은 28일 이렇게 말했다. 렛츠런파크서울(옛 서울경마장) 바로 옆 광창마을 주민도, 한 여당 국회의원도 ‘경마장 이전 이야기를 들었다’고 거들었다. 과천시 주암, 과천동 일대 화훼단지에 정부가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역 사회에 이 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렛츠런파크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화훼단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발생할 다양한 문제를 우려해서다.

1980년대 말 서울경마장이 과천 주암동으로 이전했을 당시 일대는 대부분 논밭으로 주민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이었다. 지금도 몇몇 마을이 형성되고 화훼농가에서 설치한 비닐온실이 빼곡히 들어서긴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완충지대 덕분에 부정적 인식에도 한국마사회는 별 탈 없이(?) 경마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경마장 2곳도 주변 환경은 비슷하다. 부산 강서구 범박동 낙동강변 하류와 제주 애월읍 경마장 주변은 대부분 임야와 논밭으로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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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서울 주변은 최근 정부의 사업발표로 큰 변화를 앞뒀다.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2016년 주암동을 임대주택지구로, 지난해엔 바로 옆 과천동 일원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2025년까지 1만 2700여 가구 아파트가 주변에 들어선다. 경마장과 주거지역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 주민은 “경마장 바로 옆에 신도시를 건설하다니 잘못된 정책이다. 차라리 경마장을 옮기고 주거지역으로 개발하는 게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경마장이 들어서고 나서 100원, 1000원씩 소액으로 마권을 구매하던 원주민들이 한탕주의에 빠져 재산(땅)을 탕진하고 외지에서 노동으로 생활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다른 60대 주민도 “200억원을 날렸다는 경우도 있다.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들어설 신도시 옆 경마장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바람과는 달리 마사회는 이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추완호 사업전략실장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마사회에서 추진하는 화성 화옹지구 ‘경주마 휴양조련 시설’, 이천 ‘직영경마장 사업’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북 영천에 건설 중인 경마장을 비롯해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 예산만도 5000여억원에 달해 경마장 이전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화성으로 이전하면 누가 교통 불편을 감수하며 먼 곳까지 찾아오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경마공원은 평일엔 모든 시민에게 개방하는 도심 속 공원인데 이전한다면 시민에게도 손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은 경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한 주민은 “경주를 마치면 곳곳에서 술판을 벌이는 등 주말이면 난리를 피운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18년 국내 사행산업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도박중독 유병률이 만 20세 이상 성인의 경우 5.3%인 데 비해 경마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41.1%로 높다.

주민들은 갖은 문제로 고통에 시달린다. 특히 경마경주가 열리는 주말이면 하루 최대 3만 5000여명 입장객이 몰려 극심한 차량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주공아파트 5단지에 사는 이모(50·여)씨는 “주말이면 서초, 사당, 안양 방향 모든 도로가 막혀 꼼짝할 수가 없고 지하철도 많이 붐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씨도 “차량 정체도 문제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해 경마장 인근 마을에선 주차 전쟁까지 벌어진다”고 하소연했다.

화훼농민들도 경마장이 얼지 않도록 겨울철에 뿌리는 연 수천t의 소금으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에 마사회와 갈등을 빚었다. 소금 때문에 화훼단지 나무와 꽃이 말라 죽는다며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내 5년에 걸친 소송에서 경마장 측 60% 책임이란 판결을 받았다.

경마에 대한 사회 인식을 의식해 마사회는 사회공헌사업에 바쁘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월엔 갈등의 상징이었던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농업인 자녀를 위한 장학관으로 바꿨다.

1954년 개장한 서울 성동구 뚝섬 서울경마장은 포화 상태를 맞아 35년 만에 과천으로 이전했다. 현재 114만 9937㎡ 규모다.

글 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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