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베트남 기업 투자… 해외진출 가속

삼성그룹의 IT(정보기술) 서비스 계열사 삼성 SDS가 내수(內需)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의 IT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 업무를 도맡아 해온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고객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신흥 제조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이 첫 타깃이다.

삼성 SDS는 베트남의 IT 서비스 기업 CMC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27일 밝혔다. CMC의 지분 25%를 인수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조건이다. 투자액은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원표 삼성 SDS 대표와 응우엔 쭝 찡 CMC 대표 등 양사(兩社) 경영진은 지난 25일 베트남 하노이의 CMC 본사에서 이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

CMC는 시스템 통합(SI), 소프트웨어 개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운영 등 삼성 SDS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현지 2위 기업이다. 임직원 수는 3000여 명, 연 매출은 2600억원 수준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스마트 공장, 사이버 보안 분야의 공동 사업 협약을 맺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삼성은 베트남을 발판 삼아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삼성 SDS 관계자는 "신흥 제조국인 만큼 스마트 공장이나 클라우드 전환, 사이버 보안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력은 보유한 만큼 CMC의 현지 영업망과 브랜드를 활용해 기업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SDS는 그동안 꾸준히 해외 진출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好)실적을 거듭하고 있지만, 삼성 계열사와 내부 거래 비중 역시 함께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내부 거래 비중은 지난 2016년 73%에서 2017년 76%, 지난해 77%로 커졌다. 대기업들은 "보안 우려와 효율성 때문에 타사(他社)에 맡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거래 구조가 대주주 일가의 재산 증식에 활용된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작년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SI(시스템 통합) 등 비(非)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팔지 않으면 공정위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하자, 삼성 SDS 주가는 하루 만에 14% 폭락하기도 했다.

홍원표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외(對外)·해외 사업 확대'를 올해 핵심 목표로 꼽았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SI 업체는 중소 업체 보호를 위해 국내 공공 SW 사업 진출도 막혀 있어, 사실상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삼성 SDS는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3국(國)을 해외 진출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중국과 인도에 현지 개발자를 채용한 GDC(글로벌 딜리버리센터)를 운영하며 한국과 '개발 삼각 축'을 구성한 상태다. 삼성 SDS 관계자는 "비용 절감과 신속한 해외 고객 대응을 위해 현지와 긴밀히 협력하며 개발·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며 "점차 해외 사업 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순찬 기자(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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