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지 못한 채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중독
-게임 아닌 다른 즐거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치료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오모(36) 씨는 옷이나 다른 생활용품은 저렴한 걸 쓰지만 휴대폰만큼은 항상 최신 폰만 사용한다. 바로 게임을 위해서다. 게임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오씨의 일상은 거의 게임을 위한 삶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게임을 하다 내려야 할 역에서 못 내린건 아무것도 아니다. 벌써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쓴 돈이 500만원이 넘은 것 같다. 술자리에서나 여자친구와 단 둘이 있을 때도 휴대폰을 켜놓다보니 주변 사람들과 여자친구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오씨는 자신이 게임에 중독됐다는걸 알고는 있지만 게임만큼 재밌는 것이 없어 끊는 것이 참 어렵다.
게임중독은 질병일까 아닐까.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은 질병”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게임중독이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위원회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90년 ICD-10이 나온 지 30년 만에 개정된 ICD-11은 194개 WHO 회원국에서 오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WHO는 실생활에서 사망이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 새로운 현상들을 질병으로 분류해 지난해 ICD-11 최종안을 만들었다. 게임중독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에 ‘6C51’이라는 코드로 부여됐는데 WHO는 지속성과 빈도, 통제가능성에 초점을 뒀고 일상생활에서 게임을 통제하지 못한 채 12개월 이상 게임을 지속하는 것을 중독으로 판단했다.
게임중독에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보건당국은 질병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야 하며 관련 예산도 배정할 수 있다. 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은 권고사항이지만 복지부는 WHO의 개정안을 바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보다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영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게임중독 증상을 보여 병원에 오더라도 질병 코드가 없다보니 누구는 우울증, 누구는 적응장애 등 서로 다르게 진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며 “게임중독이라는 질병군으로 묶이면 몇 명이 게임중독을 앓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 교수는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할 때 학습시 사용하는 뇌로 전략을 짜면서 게임의 형태를 발전 시킨다. 이를 중독으로 보면 안 된다”며 “문제는 게임을 통해 자극만을 쫓는 자극추구형 게이머들이다. 이들은 연애, 여행, 운동 등 다른 것에는 관심없이 오로지 게임으로만 쾌락을 쫓는다”고 말했다.
이런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정 교수는 “게임중독을 보이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부모나 주변에서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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