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루면서 일본과 한국 자동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논의의 대상이 일본과 유럽연합(EU)으로 좁혀지면서 한국산 자동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는 반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적극 반발하는 분위기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 의장인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미국의 관세부과 연기 조치 발표에 대해 우려의 내용을 담은 논평을 21일 발표했다. 아키오 회장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오랫동안 미국에서 투자와 고용창출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영받지 못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미국 28개 주에 공장 24개, 연구개발 설계 센터 45개, 유통센터 39개를 운영 중이며 제조시설에만 약 510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JAMA 회원사들은 미국에서 9만3000여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어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총 16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일본 자동차 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수입 자동차와 부품 시장에서 우리의 미국 내 경영 활동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부두에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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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17일(현지시간) 포고문을 통해 유럽연합과 일본, 그 외 다른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한국을 추후 관세 면제 대상으로 지정할 여지를 남겨뒀다.
이를 두고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일단 '급한 소나기는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추가적인 관세 논의에 따른 미국 시장 판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개월 후 일본과 유럽에만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산 자동차가 경쟁 환경 측면에선 유리해질 수 있다"며 "고급차 위주의 유럽 메이커보다는 일본 메이커와의 차별화된 조건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원/엔 환율 추이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원/엔 환율 추이도 하반기 미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환율이 판매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약 3~6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미국 수출 물량은 81만대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33%를 차지한다. 업체별로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연간 60만대, 한국GM 13만대, 르노삼성(닛산 로그 위탁물량)이 10만대 수준이다. 반면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차는 지난해 173만대로 한국 수출의 두 배 이상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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