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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임 전 차장의 지시대로 일본군 ‘위안부’ 재판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열린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에서 근무한 조아무개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부장판사는 2015~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 12월31일 임 전 차장은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주권면제, 통치행위론, 한일 위안부 합의, 소멸시효 등으로 인해 어려운 사건 아닌가’,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의 대응 방안을 강구해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조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불러준 키워드를 참고해 이듬해 1월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관련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재판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법리상 재판권이 인정될 여지가 적지만, 경제적 파장, 대외적 신인도 등 고려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였다고 판시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날 조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한 진술을 대부분 재확인하면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는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 부장판사는 “당시 피고인이 ‘이런 쟁점으로 인해 어려운 사건이 아니냐’고 해서 그 쟁점 위주로 검토해 문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지시한 방향으로 문건을 작성하면서도 ‘공시송달(서류를 받지 않아도 받은 셈 치는 제도)에 의해서 계속 재판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문구를 넣은 데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하고 싶은 마음으로 법원에 소송을 냈는데 ‘각하’ 판결 받아버리면 너무 허망할 것 같았다. 피고인이 어디 가서 얘기하시더라도 그런 점을 알고 말씀하시면 좋을 것 같아 개인적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증인신문이 마무리될 시점,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조 부장판사는 눈물을 보였다. 조 부장판사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그 재판부의 판단을 설명해주는 것이 행정처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부적절한 행위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 사건에 시나리오처럼 결론을 정해놓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 이런 일 때문에 재판에 부담되거나 방해되는 일 없으면 좋겠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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