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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文 "독재자 후예 아니라면 5·18 다르게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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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 씨 묘를 찾아 어머니 이정임 씨를 위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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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가 없다"며 "독재자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가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5·18 민주화운동과 유공자를 폄훼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들에 대한 제명 절차에 소극적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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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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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19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직접 사과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이날 광주로 간 황교안 대표는 내리자마자 일부 시민의 거센 반발과 마주했다. 이날 행사 30분 전인 오전 9시 30분께 국립 5·18 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 도착한 황 대표가 버스에서 내리자 '5·18 폄훼 발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이 기념식 참석을 반대해온 5·18 추모단체 회원 등 시민들이 황 대표에게 달려들었다. 경찰 등 경호 인력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황 대표를 보호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황 대표 일행은 불과 100여 m 거리인 기념식장 보안검색대까지 도착하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기념식장에 도착한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 차례로 인사하는 과정에서 악수를 하며 간단한 인사말을 나눴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황 대표와 악수하며 "잘 오셨습니다"라고 했고, 황 대표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황 대표는 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나란히 일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그는 행진곡이 연주되는 내내 주먹을 쥔 오른손을 어깨 아래에서 위아래로 흔들며 입을 조금씩 벌리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홀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 1일 노동절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때도 노래를 따라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5·18 기념사를 통해 '독재자 후예'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5·18 망언을 비판하고 5·18 진상 규명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촉구한 데 대해 황 대표가 손뼉을 치지 않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 반발이 계속되자 황 대표는 '뒷문'을 통해 기념식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황 대표는 광주를 자주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제주도를 방문한 황 대표는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호남을 찾아서 그리고 광주를 찾아서 상처받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5·18 망언'을 비판한 전날 문 대통령의 '5·18 기념사'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저는 제 길을 갈 것이고 한국당은 국민 속에서 한국당의 길을 차근차근 찾아가겠다"고 답했다.

[오수현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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