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최후 항전지였던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방송을 한 박영순 씨(60·사진)가 39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들고 참혹했던 그 당시 광주의 실상을 또다시 세상에 알렸다.
박씨는 지난 18일 5·18 정부 기념식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박씨는 계엄군이 시민군을 유혈 진압한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1층 상황실 옆 방송실에서 시민군의 상황을 시민들에게 방송했다.
그의 목소리는 옥상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새벽 광주 시내에 울려 퍼졌다.
당시 박씨는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오고 있습니다. 도청으로 나와 주십시오. 총을 소지하고 계신 분은 계엄군이 발포하기 전 총을 쏴서는 안 됩니다"고 방송했다. 21세 대학생이었던 박씨는 5월 항쟁 기간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학생 한 명이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5월 21일부터 시민군을 도와 가두방송에 나섰다. 마지막까지 도청 방송실을 지켰던 박씨는 계엄군에 의해 붙잡혀가 모진 고문도 당했다.
박씨는 결국 내란부화수행이라는 생소한 죄목으로 징역 1년을 확정받아 복역하다가 6개월 만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박씨는 35년이 지난 2015년 6월에야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이날 정부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설명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박씨의 손을 꼭 잡아주며 그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