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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칼제구' 에이스들 대활약 속 KBO리그는 '스피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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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야구계의 최대 화두는 ‘스피드업’이다. 경기시간 단축을 통해 야구를 더욱 박진감 있게 만들어 인기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들어 KBO리그는 점점 늘어나는 경기시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3년 3시간20분을 넘긴 뒤 지난 시즌까지 6년 연속으로 경기시간이 3시간20분대에 머물자 올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 변경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 노력은 올 시즌 결실을 맺는 분위기다. 극심했던 ‘타고투저’가 한풀 꺾이며 경기시간도 급격히 줄어든 것. 5월18일 기준 올 시즌 KBO리그의 연장전 포함 경기시간은 3시간15분으로 지난 시즌의 3시간21분보다 6분이나 줄었다. 2012년 이후 7시즌 만에 만나는 3시간10분대의 경기시간이다.

이런 경기시간 단축을 주도하는 것이 각 팀의 1, 2선발급 에이스들이다. 강력한 투구로 상대 타선을 제압해 빠른 경기 진행에 일조하고 있는 것. 특히 올 시즌은 팀당 45~48경기씩 리그를 3분의1 가까이 소화한 시점에서도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7명이나 되는 등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계일보

올시즌 평균자책점 1위를 질주 중인 조쉬 린드블럼이 15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평균자책점 상위권 투수들이 대부분 10개 내외의 볼넷을 내주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평균자책점 1.48로 매 경기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32)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경기당 1개에도 못 미치는 8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평균자책점 2.38로 7위에 오르며 KT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라울 알칸타라(27) 역시 9경기에 등판해 9개의 볼넷만을 내주는 ‘칼제구’를 보여줬다. 여기에 3위 타일러 윌슨(30·LG·14개), 4위 드류 루친스키(31·NC·13개), 5위 케이시 켈리(30·LG·16개) 등 평균자책점 2위 이영하(22·두산·25개)를 제외한 대부분 투수들이 10개 내외의 볼넷만 내줬다. 올 시즌 현재까지의 평균자책점 10걸의 볼넷 개수 합계는 14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 10걸의 161개보다 20개 가까이 적다.

여기에 이들은 ‘칼제구’와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지난 시즌보다 한층 공격적으로 타자를 공략중이다.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투수 7명의 5월18일 기준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4.7개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 상위 7명 투수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인 15.5개보다 1개 가까이 줄었다.

적은 볼넷에 공격적인 투구까지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기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시즌 이들이 마운드에 등판했을 때 3시간 이내에 경기가 끝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두산은 지난 15일 린드블럼이 선발등판해 삼성에 3-1로 승리한 경기에서 2시간32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하루전 NC는 루친스키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SK에 8-2로 승리했다. 그러나 양팀 합쳐 10득점이나 났지만 이 경기는 2시간45분만에 종료됐다. KT의 알칸타라가 삼성 타선을 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묶으며 3-0으로 승리한 18일 대결의 경기시간은 불과 2시간25분이었다.

이들의 활약에서 비롯된 경기시간 감소가 당장의 관중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 중이다. KIA, 롯데 등 인기구단의 부진과 미세먼지 등 악재들이 겹친 탓이다. 그러나 에이스들이 이끄는 타이트하고 빠른 경기는 KBO리그 경기 전체의 박진감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인기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에이스들이 주도한 이런 '스피드업'이 끝내 결실을 맺을지 지켜보는 것도 2019시즌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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