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는 5·18을 상징하는 노래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오른손 주먹을 쥐고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참석한 36주년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
18일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시민들의 항의를 피해 빠져나간 5·18묘지 후문. 계단으로 돼 있어 차량이 통과할 수 없지만 철재 울타리를 뜯어낸 뒤 잔디밭을 통해 차량을 통과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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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영받지 못한 손님’ 황 대표의 5·18기념식 참석은 험난했다. 입장에만 30여분이 걸렸고, 식후 묘지를 빠져나가는 데에도 또다시 30여분이 걸렸다. 황 대표가 버스에서 내려 5·18묘지에 마련된 기념식장으로 가려는 순간부터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황 대표를 에워쌌지만 성난 시민들을 막지는 못했다. 시민들은 “황교안은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묘지 입구 ‘민주의 문’에서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한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기념식장에 마련된 야당 대표 좌석으로 향하는 동안 시민들은 황 대표에게 물을 뿌리기도 했다. 검색대를 통과한 황 대표가 어렵게 식장에 들어섰지만 항의는 이어졌다. 황 대표 좌석 주변에 앉아있던 5·18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황교안은 일어서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소란은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장에 입장하면서 겨우 진정됐다.
18일 5·18 39주년 기념식이 끝난 직후 유가족들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항의하며 눈물을 터트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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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 동안 이어진 기념식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자리를 뜨자 시민들은 또다시 황 대표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한 시민은 “정치가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하는데 한국당 의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소리쳤다. 한 유족은 눈물을 훔치며 황 대표를 향해 “이 괴물아”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다함께 “사과해”를 연호하기도 했다.
5·18묘지에 분향을 하려했던 황 대표는 시민들의 제지로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황 대표는 현장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시민들에 가로막힌 황 대표 일행은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5·18묘지 후문을 이용해 오전11시30분 쯤 묘지를 빠져나갔다. 5·18묘지 후문은 출입구가 계단으로 돼 있어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곳이지만 철재 울타리를 뜯어 내 길을 냈다. 황 대표가 탄 차량은 잔디로 된 언덕을 통과해 힘겹게 울타리 너머로 빠져나갔다.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린 뒤 경찰 경호를 받으며 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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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이모씨(64)는 “5·18망언 의원의 징계를 미적대는 황 대표가 많은 광주사람들이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념식에 온 이유는 뻔하다”면서 “왜곡과 폄훼에 맞서 5·18의 가치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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