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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中,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주문 대량 취소…美 관세 인상 보복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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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돼지열병.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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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 엄포를 놓은 직후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주문을 대량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줄여오던 중국은 지난해 전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발생해 돼지고기 공급난을 겪자 지난해 말부터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다시 늘려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량 수입 취소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9일 3247t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주문을 취소했다. 최근 1년여 만에 취소 규모가 가장 크다”며 “미국의 돼지고기 수출 산업에 65억달러(7조7700억원)어치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2월 53t, 3월 999t, 4월 214t의 돼지고기 수입을 취소한 적 있지만 이번엔 규모가 훨씬 커졌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 트위터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인상을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4월과 7일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해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돼지고기 수입량은 8만6000t에 그쳐 2017년에 비해 48%나 하락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돼지를 살처분했고 이에 따라 중국은 돼지고기 공급 부족 사태를 맞았다. 이후 중국은 다시 미국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던 중이었다. 올해 2월 중국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2만99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했다. 중국은 3월에도 2만3800t의 미국산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중국은 2011년 이전만 해도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수입했으나 이후 유렵과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해 왔다.

중국은 관영 매체가 미중 무역협상 중단론까지 주장하는 등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영 징지(經濟)일보의 위챗 공식 계정 ‘타오란비지(陶然筆記)’는 16일 “(미국이) 중국이 보인 성의를 약해서 업신여길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면 (무역) 협상을 철저히 중단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7일 ‘누구도 중국 인민이 꿈을 실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는 제목의 1면 논평에서 “미중 협상의 좌절은 완전히 미국의 책임”이라며 “미국의 맹목적인 패권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협상 중단도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역전쟁 중에도 경제의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중국 경제 계획을 관장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무역 마찰이 어느 정도 중국 경제에 영향을 줬다”면서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기업 등 시장이 체감하는 위기는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3월보다 악화됐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수출의 급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동력인 소비 지표도 하락했다.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7.2%로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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