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미세먼지에 대한 거짓과 억측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며, 기초적 사실과 상식조차 왜곡하는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면 대한민국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사적 결연함이 느껴진다. 이 책 서두 문장이다. 몇 줄 더 읽자. "지난 5년간 미세먼지 천동설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공포에 떨며 이웃나라에 대한 분노만 키웠을 뿐이다."
의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인 저자의 국내 미세먼지 진단은 이렇다. 기업은 '공포 마케팅'을 악용해 돈 벌기에 매진한다. 학계는 이에 편승하기 바쁘고, 정부는 미세먼지 피해가 중국 탓이라 호도한다.
사례가 이어진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출시한 맥주 브랜드 '테라'가 내세운 콘셉트는 '청정'. '초미세먼지 시대에 청정에 대해 고민'했다는 마케팅 문구가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이 내놓은 '프레시팝'은 샴푸로 미세먼지 다이어트를 하라며 유혹한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아예 패션 상품으로 둔갑했다.
'깨끗한 공기 들고 다녀요' '공기를 선물도 해요'라며 휴대용 미니 공기청정기마저 속속 출시 중이다. 이른바 '공기 파는 사회'의 도래. 이것은 정상인가. 그럴 리가. 비판은 계속된다.
환경부 주장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은 최대 86%. 미세먼지 문제가 중국 탓이라는 이들 주장의 배경이다.
그런데 사실일까. 아니다. 환경부가 활용한 대기질 예측 모델은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개발한 CMAQ 모델이다. 누구나 쉽게 파일을 내려받아 쓸 수 있는데, 입력 변수 조절이 자유롭다. 결과 조작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저자는 국내 미세먼지 공포는 과장됐다고 본다. 국제 데이터를 보면 수긍이 간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한국의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8명꼴. 세계에서 27번째다. 이 정도면 낮은 축이다. 이처럼 책은 미세먼지에 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상당량을 할애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미세먼지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 제대로 된 대책이란 지극히 상식적이다. 다 같이 일상에서 미세먼지 감소에 참여할 것. 그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한 경제·사회 시스템을 갖출 것. 이것은 권유 아닌 촉구에 가까운 주문이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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