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미ㆍ중 양국간에 밤새 난타전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에 '보복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마자 중국 당국이 대규모 보복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했다. 뉴욕증시가 한때 600포인트 가량 추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다음달 말 만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이 패이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폭풍 트윗을 통해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에서 "관세가 부과된 많은 기업은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갈 것"이라며 "이것이 중국이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는 이들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엔 아주 안 됐지만, 미국엔 아주 좋다!. 중국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을 너무나 많이 이용했다"며 "그러니까 중국은 보복해서는 안 된다.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중국의 많은 친구에게 '만약 협상을 타결짓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이 아주 크게 피해 볼 것'이라고 대놓고 말한다"며 "중국에서 구매하는 건 너무 비싸다"고 거듭 주장했다.
협상 결렬의 책임을 중국 측에 돌리기도 했다. 그는 "당신들은 훌륭한 협상을 했고 거의 성사됐지만, 당신들이 파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전날 측근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NEC)이 대중국 수입품 관세 부과의 피해가 미국에도 미칠 것이라고 인정한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 소비자는 오늘 자로 중국에 대해 발효된 관세를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중국이 생산품에 대규모로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미국이 지급하는게 겨우 4(%)포인트일 때 21(%)포인트는 중국이 지급하는 것으로 최근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관세 부과분 25% 가운데 중국측 부담이 훨씬 크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보인다.
이어 "또한 비관세 국가나 미국 내에서 상품을 구매한다면(최상의 아이디어) 관세는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관세는 0"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를 기록했던 것을 언급하며 "예상외로 좋았던 1분기 GDP는 중국에서 들어온 관세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자 중국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2시간도 채 못된 시간에 보복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6월 1일 오전 0시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으로, 관세율은 품목별로 5%, 10%, 20%, 2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성명에서 "미국 측이 추가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갈등을 고조시키고, 협상을 통한 무역 이견 해소라는 원칙을 어겼다"며 "다변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합법적인 권한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총 5140개 품목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며, 2493개 품목은 25%, 1078개 품목은 20%, 974개 품목은 10%, 595개 품목은 5%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자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개장 직후 급락하기 시작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 때 6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2% 훨씬 넘게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유럽ㆍ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증시도 투자 심리의 급격한 위축으로 수십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금융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30%가량 상승하면서 20선을 넘어선 상태다. 다만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미 국채ㆍ금 등의 가격은 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미국의 국채 금리(가격과 반대로 움직임)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고, 금값은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7% 안팍 상승한 1290대 후반에 거래 중이다.
이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헝가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충분히 있는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히는 등 수습에 들어간 상태다.
양측은 또 이번에 추가 부과한 관세들에 대해 2주 가량 유예기간을 둔 상태여서 G20정상회담 때 협정문 서명 등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에 미국으로 출발하는 중국 화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인상된 세율로 관세를 실제 징수하기까지 시차를 뒀다.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5~25%)도 다음달 1일부터나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 9~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ㆍ중 고위급 협상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직후 지난 주말 미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협상 전략과 관세 전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0일 2000억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을 두고 미국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높아진 관세를 중국 수출업체가 아닌 미국 수입업체가 부담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관세 부과분만큼 가격을 낮추려 한다는 움직임은 보고된 바가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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