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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159경기만에 우승 강성훈, 아버지 뚝심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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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이 트로피를 들고 부인 양소영, 지난해 출산한 아들과 기뻐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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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159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강성훈(32)은 어릴 때부터 최고 무대인 PGA 투어만 바라봤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을 보고 느낀 감격이 아주 컸다. 중학교 때부터 방학 때면 미국에 가서 우즈를 가르친 행크 해이니 등 저명한 코치에게 배웠다.

강성훈의 재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키가 1m72cm로 크지는 않다. 괴물 장타자도, 면도날 쇼트 게임도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묵묵히, 쉬지 않고 소처럼 훈련하는 선수였다.

그 노력으로 성과를 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아마추어로 프로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로 여겨졌다. 골프인들은 미국에서 우승하기는 어렵다고 쑤군댔다.

그의 성실성은 아버지 강희남(69) 씨를 닮았다. 강 씨는 맨주먹으로 시작해 33세 때 서귀포에 큰 횟집을 열고, 양어장을 운영했으며 지금은 커다란 채석장을 경영하는 뚝심의 사나이다.

강 씨는 막내아들이 골프를 하게 되자 반드시 PGA 투어에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양어장을 팔았다. 강성훈은 "키가 작은 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잘 될 때도 있었고, 잘 안될 때도 있었지만 강 씨 부자는 한 번도 그 꿈을 의심하지 않았다.

영어도, 길도 모르는 강 씨가 아들 주니어 대회에 참가시키기 위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워싱턴 D.C.까지 운전을 하기도 했다. 1977년생 김미현의 아버지가 한 일을 1987년생 강성훈의 아버지도 똑같이 겪었다.

2008년 PGA 투어 Q스쿨에 응시했다가 낙방했을 때, 강성훈은 눈물을 흘렸다. 강희남 씨는 울고 있는 아들에게 “이렇게 나약해서야 어떻게 큰 무대에서 성공하겠느냐”고 했다. 이후 강성훈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1년 PGA 투어 카드를 땄지만 두 시즌 후 자격을 잃어 2부 투어에서 삼 년을 보내야 했다. 강성훈의 스윙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거칠다. 2부 투어는 투박하지만, 괴물 같은 장타자들이 많은 곳이다.

그는 “2부 투어에선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에 거리를 내야 했다”라면서 모질게 거리를 늘렸다. 이번 시즌 강성훈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97야드다. PGA 투어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키와 몸무게 등을 고려하면 가성비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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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CJ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강성훈(오른쪽)이 최경주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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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도 강성훈이 꿈을 잃지 않는 버팀목이었다. 2013년 강성훈은 2부 투어에서도 하위권인 97등이었다. 자신감을 높일 뭔가가 필요했다. 그해 가을 강성훈은 한국에서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레 최경주에게 물었다.

최경주는 흔쾌히 승낙했다. 강성훈은 그 경기에서 최경주의 3연패를 저지하고 우승했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 그린에 나가 강성훈을 포옹해줬다. 강성훈은 이를 발판으로 조금씩 성적을 올려 2016년엔 다시 PGA 투어 선수가 됐다. 강성훈은 이번 우승을 앞두고도 최경주에게 길을 물었다.

강성훈은 2016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2017년 휴스턴 오픈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가 역전패했다. 최경주는 “‘너 자신만의 골프를 해라. 지금까지 보여 준 골프의 반만 보여주고 한 라운드에 4타씩만 줄인다고 생각하라’고 얘기해 줬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159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강성훈은 술 담배를 아예 안 한다. 경기 후 현장 인터뷰 진행자는 “갈비를 좋아한다는데 우승 기념 파티를 하면서 갈비를 얼마나 먹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강성훈은 "내일 아침 6시에 트레이너를 보기로 했다"고 했다. 2006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함께 한 KLPGA 프로 최혜용은 “골프만 알던 옛날 성훈이 오빠 그대로”라고 말했다.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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