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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족쇄'된 세월호? 서울시, 애국당 천막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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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천막은 강제철거 안하고

5년간 1,800만원 변상금만 부과

애국당만 철거땐 '이중잣대' 논란

결국 여론 향배따라 결정할 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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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에 보수 단체인 대한애국당이 기습적으로 천막을 설치하면서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의 허가 없는 시설물 설치는 불법이므로 철거할 수 있지만 ‘세월호 천막은 5년간 내버려두고 보수단체 시설물은 철거하느냐’ ‘시가 정치적 입맛에 따라 행정을 처리하느냐’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월호 천막과 대한애국당의 천막을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있는가’라는 여론의 향배가 시의 대응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애국당이 설치한 광화문 천막에 대해 자진 철거를 유도할 방침이다. 애국당은 지난 10일 오후 7시께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부근에 천막 한 동을 설치한 데 이어 이튿날 오후 5시께 한 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세월호 참사 5주년을 기념해 설치된 ‘기억과 빛(기억·안전 공간)’의 대각선에 위치해 있다. 애국당은 현재 당원 15명을 통해 천막을 지키고 있다. 애국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목숨을 끊은 ‘애국열사’ 5명의 희생을 위로하고자 천막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애국당의 천막 설치는 엄연히 불법이다.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광장 사용의 조건으로 서울시의 허가를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날 오전에 자진철거 요구 공문을 보냈고 이후 ‘13일 저녁 8시까지 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거나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공문을 재차 발송했다. 행정대집행은 ‘행위를 의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청이 대신해 비용을 의무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애국당이 불법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불이행) 이를 서울시가 철거하고(이행) 비용을 애국당으로부터 내게 하는 것(징수)’이다.

서울시는 최대한 자진철거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애국당 관계자는 “천막을 없애지 않는 선에서 서울시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서울시는 행정대집행(강제 철거)를 하거나 자진 철거 할 때까지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

서울시가 천막을 강제철거하면 ‘이중 잣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설치된 세월호 천막에 대해 5년간 변상금을 부과하고 철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부과한 변상금의 총액은 1,800만 원이다. 실제로 애국당은 “천막을 철거하려면 기억과 빛(세월호 기억·안전 공간)도 함께 철거하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천막과 세월호를 동등한 위치로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논란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철거를 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또 다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애국당 천막을 세월호 천막과 동일시 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 서울시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측은 “세월호는 전국민적인 아픔이 있었다. 애국당 천막을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이중잣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세월호의 발단은 이념문제가 아니지만 애국당은 이념문제”라며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기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강제 철거 시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행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칙인데 사람과 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광장에 산책을 나온 30대 박성민 씨는 “광장은 시민의 공간인데 정치적 공간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세월호 기억공간과 애국당 천막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 온전히 시민의 공간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변재현·최성욱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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