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자유한국당이 전국순회 장외투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 등 현안이 국회에 산적한 가운데 결국 한국당의 국회 복귀는 '시점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2일부터 30일 새벽까지 약 7일 동안 펼쳐진 '패스트트랙 정국'을 시작으로 국회와 장외를 넘나드는 한국당의 '전방위적 대여투쟁'은 진행 중이다. 한국당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규탄 집회를 매주 이어가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을 시작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오는 24일까지 전국을 돌며 정부의 '민생경제 실정' 부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지렛대 삼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한편 국회 정상화 방안 등 여야 간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지도부는 정부 규탄집회에서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며 제1야당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장외투쟁이 표 확장성 확보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하지만 여론의 주목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실제 장외투쟁 국면에서 한국당의 지지율 흐름은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5월 2주차 주중집계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인 34.8%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36.4%)과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1.6%포인트(p)로 좁혀졌다.
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
문제는 복귀 시점이다. 탈출전략으로 여야 대표회담과 여야정협의체 등이 거론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를 여야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당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이 사실상 낮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여야 대치에서 결국은 협상과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대표회담‧여야정협의체 제안 등으로 내민 대화의 손길에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대화 재개의 명분으로 삼는 한편 국회 정상화와 요구 조건 수용 등을 두고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으나 황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1대1 영수회담을 역제안했다. 청와대는 당초 취지와 맞지 않고 다른 정당 대표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1대1 회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황 대표는 전날 대구에서 민생투쟁 대장정 중 기자들과 만나 각 당별 1대1로 (회담을) 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고 다시 제안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재가동과 관련해 원내교섭단체 3당만의 참여를 강조했다. 여야 4당과 대치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벌어진 4대1이라는 수적 열세를 의식한 듯 대화 재개의 조건을 내건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질서를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여야정상설협의체에서는 반드시 원내교섭단체들 간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철회를 비롯해 특검‧국정조사 등 다양한 카드가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도 산적해있다. 미세먼지와 포항지진, 강원 산불과 같은 국민 안전과 관련된 대책 마련을 위한 추경,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전환, 택시·카풀 관련 법안 등이 논의 대상이다.
한국당은 그동안 특검을 강조해왔다. '빈손 국회'가 거듭되는 가운데 한국당은 지난달 초 '김학의 특검법' 선제 발의로 황 대표와 곽상도 한국당 의원의 수사개입 의혹 등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한국당은 드루킹 재특검과 함께 그동안 한국당이 의혹을 제기한 손혜원‧신재민‧김태우 사건, 이주민 전 서울경찰청장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에 대한 특검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특검 정국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 무조건 요구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여야 간 대화가 재개되면 서로 어떤 걸 요구하고 수용할 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야 간 실무적인 협상 의제 설정보다 문 대통령의 전향적인 자세 촉구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여야 회담을 교섭단체 간이 아닌 여야 5당이 대북 식량지원을 논의하자는 건 진정성이 없는 얘기"라며 "문 대통령이 패스트트랙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비칠 때 추가 의제 설정 등 실무적인 얘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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