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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전쟁 '휴전'의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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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협상중 관세폭탄 투하 전망 트럼프 "중국 합의 깼다" 책임 전가 中 약속 뒤집었지만 "맞설 것" 강조 냉각기 거친뒤 새 테이블 마련 분석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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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결렬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9~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양측 고위급 협상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관세폭탄 투척이 재개되면서 미·중 관계가 경색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친 뒤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 달성을 공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모두 무역전쟁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갈 수 없는 탓이다.

◆중국의 변심, 미국의 분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이 9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11차 고위급 협상에 나선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시작된 고위급 협상의 결렬을 선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벌써부터 합의가 무산됐을 때를 대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들(중국)이 합의를 깼다"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USTR은 관보 사이트를 통해 10일 오전 0시 1분을 기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 받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며 "중국이 우리의 노동자들을 편취하는 것을 멈출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번 관세율 인상에 그동안 관세가 부과되지 않던 325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시작될 경우 얻는 수입을 '1000억 달러'로 표현한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공으로 돌아선 것은 중국의 변심 때문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150쪽에 달하는 합의안 초안을 대거 수정하며 약속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보조금 정책 철폐, 금융·환율 시장 개선 등 핵심 사안을 법률 제정 대신 행정 조치로 해결하겠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 강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관세를 올린다면 중국도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워싱턴 협상을 항우가 유방을 살해하기 위해 마련한 '홍문연(鴻門宴)'에 비유했다.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중국이 미국의 마지막 몇 가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평등 원칙이라는 신앙 때문"이라며 미국과의 합의를 뒤집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최후의 관문에서 부딪히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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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상 못 입힌 美, 일단 버티자는 中

환구시보 사평은 "만일 이번 주말에 답을 못 낸다면 양측은 미래에 그것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합의한 무역전쟁 휴전이 끝날 수 있다는 걸 암시한 것이다.

워싱턴으로 날아간 류허 부총리가 미국의 관세율 인상을 막을 만한 양보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역협상 합의를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보였던 중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올 들어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의 관세 공격 속에서도 대미 흑자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중국 해관총서는 1~4월 중국의 대미 흑자액이 836억59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4.16% 늘었다고 발표했다.

4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0.9%로 시장 예상치(0.6%)를 상회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2조 위안 규모의 기업 감세와 대규모 부양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일부 외신은 이같은 경제 상황에 고무된 시 주석이 "추가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관영 경제일보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 '타오란비지(陶然筆記)'를 통해 "담판을 원하면 담판을 하고, 싸움을 원하면 싸울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결국 새 협상 테이블 마련될 것" 중론

워싱턴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당분간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며 미·중 관계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남중국해 영유권이나 대만 문제를 놓고도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상이 지속될 수 있다.

다만 무역전쟁 격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미국 싱크탱크인 R스트리트인스티튜트의 클라크 팩커드 무역정책 고문은 "양측이 화가 나 (협상장을) 떠날 수 있지만, 두 나라는 세계 최대 경제국"이라며 "냉각 시기가 지나면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당장은 대중 압박을 강화하며 여론몰이를 할 수 있지만 내년 11월 재선 선거가 임박하면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의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제 이슈가 선거의 쟁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장기화는 부담스러운 리스크다.

시 주석도 마찬가지다. 내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등 굵직한 국정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원하는 건 협상 여건을 지금보다 좀 더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너무 굴욕적이지 않은 선에서 미국과의 합의를 재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qingqi@ajunews.com

이재호 qingq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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