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입지 '철통보안' 이모저모…실무팀, 창문 없는 사무실 근무
발표 20일 전부터 '금주령'…국회·기재부엔 발표 한시간전 설명
다소 '위압적'인 이 경고문은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추가 입지(고양 창릉·부천 대장) 발표(5월 7일)에 앞서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 개월간 관계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경고문자는 협의 등의 과정에서 신도시 관련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은 공무원과 전문가 그룹 민간인 등 무려 218명에게 뿌려졌다.
정부, '3기 신도시' 추가 건설계획 발표 |
지방자치단체장,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해 이들은 예외 없이 "보안을 지키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도 이런 경고문자 '폭탄'을 발표 직전까지 받아야 했다. 심지어 발표 1주일 전부터는 문자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218명에게 발송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3개 입지(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가 먼저 발표될 당시에도 각서와 경고문자가 활용됐지만, 이번에 경고의 수위와 빈도가 뚜렷하게 높아졌다.
작년 신도시 등 수도권 택지 발표를 전후로 잇따라 '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토부가 한 차례 크게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LH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 지역협력단 소속 간부 A씨는 지난해 3월께 수도권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경기도 고양시 삼송·원흥지구 개발도면을 다른 직원과 함께 부동산업자들에게 넘긴 혐의로 올해 3월 불구속 입건됐다.
이 사건과 별개로 수도권 신도시 개발 후보지 관련 정보가 발표에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전달돼 정치권에서 크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국토부는 신도시 정보 유출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둘러 공공주택특별법(4월30일 공포)을 고쳤다. 개정 특별법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등과 관련된 기관·업체 종사자가 관련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과 함께 각서와 문자 메시지에 명시된 처벌 수위도 '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형법 제127조)'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공공주택특별법 제57조)'으로 훌쩍 뛰었다.
국토부가 발송한 3기 신도시 입지 보안 관련 경고 문자 메시지 |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 7일 발표로 '성공적 보안'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218명에게 "공공주택사업 정보의 보안 관리에 적극 협조해 주신 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예의 바른' 인사 문자를 보냈다.
특히 3기 신도시 추가 입지 선정 실무를 진행한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 택지기획팀 9명은 최고 수준의 보안 탓에 작년 말 지자체 등과의 협의가 시작된 이후 몇 달씩 '스파이'처럼 생활했다.
세종청사 국토부 건물 6층에 마련된 팀 사무실에는 창문 하나 없었고, 회의를 할 때면 출입문까지 잠가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을 경험했다.
모든 문서에는 암호가 설정됐고, 사무실에는 문서 도난을 우려해 2대의 CC(폐쇄회로)TV가 설치됐다.
발표 20일을 앞두고는 팀에 '금주령'까지 떨어졌다. 자칫 취중 '말실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택지기획팀은 발표 전날 서울 소재 모 호텔에서 합숙하며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지만, 가족들에게는 '야근'의 다른 이유를 둘러대야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에조차 당일 발표 1시간 전에야 설명할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단 '철통 보안'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신도시 입지 선정결과에 반발과 논란이 적지 않아 정부도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양선(가칭) 지하철 신설 등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서울 도심까지 30분' 목표가 실현되면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와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서 추진된 인천 검단, 파주 운정3, 화성 동탄2, 김포 한강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3기 신도시가 2기 신도시보다 입지상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향후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이 크게 늘면 2기 신도시의 미분양 증가와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2기 신도시 주민들의 주장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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