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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검찰 “공범 박병대 변호인이 임종헌 말 맞추기 접견” 구속 연장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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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과 그의 공범으로 기소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변호인이 구치소에서 접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접견 기록을 공개한 검찰은 말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오는 13일 만료되는 임 전 차장의 구속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사적인 만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처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노영보 변호사가 지난 2~3월 임 전 차장을 구치소에서 접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22일 노 변호사가 임 전 차장을 1시간4분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32분간 접견한 게 대표적이다. 횟수로 따지면 임 전 차장이 두 번, 양 전 대법원장이 네 번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과 협의한 내용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공범의 변호인이 피고인을 접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임 전 차장은 각자 재판에서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이) 임 전 차장 중심으로 한 일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박 전 처장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이 자신을 패싱한 상태에서 한 일이라고 주장해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며 “재판이 별개로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공범들이 같은 주장을 하는 등 재판이 왜곡될 수 있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될 경우엔 이같은 증거인멸 염려가 더 커진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또 다른 공범인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 소속의 유승정 변호사도 임 전 차장에게 변론 전략을 알려줬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3월28일 재판 때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접견을 와서 절대로 증거에 동의하지 말라, 증인신문을 통해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재판부를 납득시켜라”고 말했는데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바로 유 변호사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단초가 된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저지 사례도 들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이탄희 판사에게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저지하라고 한 사실이 2017년 3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은폐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규진은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처장이 징계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에 자신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면서 곧 복귀시켜주겠다고 말했고, 법원행정처의 부장급 심의관들은 ‘혼자 떠안고 가라’고 설득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법원행정처 내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을 볼 때 임 전 차장이 풀려나면 증거인멸의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적극 반박했다. 배교연 변호사는 “(접견자들은) 임 전 차장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로서 위로를 위해 찾아갔던 것일 뿐”이라며 “노영보 변호사 접견은 박병대 전 처장 변호인으로 선임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 공범들 사이의 부적절한 말맞추기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배 변호사는 이어 “사건기록이 20만장에 달하기 때문에 1시간 접견 만으로 공범 사이에 말이 맞춰질 수도 없다”며 “검찰이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접견자들이 ‘일반 접견’이 아니라 ‘변호인 접견’ 절차를 통해 임 전 차장을 만났다면서 친분에 따른 접견이라는 해명은 맞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만약 친분으로 만난 것이라면 일반 접견으로 신청했어야 하고, 구치소에서도 변호인 접견은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은 한때 울먹이며 재판부에 석방을 호소했다. 임 전 차장은 “(구치소에서) 우연히 면회를 가다가 멀리서 (양승태) 대법원장님을 뵙더라도 제가 전혀 아는 체를 안할 정도로 오해 받을 행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제가 석방될 수 있다면 검찰이 제기하는 증거인멸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신하고 또 근신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만간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경향신문

전교조 법외 노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 등 30여개의 범죄사실로 지난해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월 11일 첫 정식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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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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