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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일산·파주 "미분양·하우스푸어 겪었는데…이젠 신도시 물량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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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기 신도시 지정 이후 ◆

매일경제

정부가 7일 3기 신도시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 대상 용지. 김포공항과 가까워 1970년대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땅이 많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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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파주 주민들은 울고 삼송·원흥·향동·지축 주민들은 웃고.'

30만가구 추가 공급의 핵심인 3기 신도시 마침표는 고양 창릉 지구(3만8000가구)와 부천 대장 지구(2만가구)가 찍었다.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별다른 교통망과 일자리가 없었던 불모지를 자족신도시로 만들 것이란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다른 한편에선 이들 3기 신도시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입지는 뒤처지고, 교통망 수혜도 볼 수 없는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10여 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 한파가 몰아닥쳤을 당시 '하우스푸어'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일산·파주 주민들은 이번엔 정부가 대규모 물량 투하로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것 아니냐며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8일 오전 고양시 창릉 지구(창릉동·용두동·화전동) 일대는 '서울 근교에 이렇게 낙후된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황무지에 가까웠다. 창릉 지구 중심부를 관통하는 도로인 화랑로 주변은 비닐하우스와 가구점, 폐기물 처리장 등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변은 대부분 농지 혹은 임야로 이따금씩 '그린벨트 해제·주택 100만호 지구 지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플래카드만 눈에 띄었다.

지역주민 안 모씨는 신도시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안씨는 "창릉 일대는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땅값이 오르지 않고 거래도 안 되던 지역"이라며 "창릉이 사실 위치는 좋지 않으냐. 서북권의 마곡이나 판교로 불릴 만한 도시가 될 거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자체보다도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다. 고양 창릉 지구의 경우 새절역(6호선·서부선)부터 고양시청까지 14.5㎞ 길이의 '고양선(가칭)' 지하철이 신설된다. 화전역 인근에서 만난 주민 한 모씨는 "고양선이 일반 지하철보다 운행량이 적은 경전철이라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국토교통부가 이번에 도로 신설과 슈퍼BRT(간선급행버스 체계) 등 교통 계획을 상세히 발표했는데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추진돼야 신도시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발표에 삼송·원흥·지축·향동 등 고양시 덕양구 내 다른 중규모 택지 지구들도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특히 고양선 신설로 지하철역이 생겨 직접적 수혜를 입게 되는 향동·원흥 지구의 기대감이 높았다. 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양선 지하철역이 향동 지구 중심 상업지역에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지에 비해 교통이 유일한 약점이었던 향동 지구가 이번 신도시 발표의 최대 수혜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발표가 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전부 거둬들인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일산, 파주 운정 등 기존 1·2기 신도시들은 창릉 신도시로 인해 기존 신도시의 집값 하락과 발전 침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격앙된 분위기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3기 신도시 때문에 일산은 사망선고'라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6000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일산 주민들은 포털 카페 등에 "금융위기 때 하우스푸어란 소리를 듣고 보릿고개를 넘었더니 이젠 근처에 대규모 신도시 때문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생겼다" "(신도시는) 일산 서구에 핵폭망" "일산 신도시 주민들 주민소환 진행할 듯" 등 격앙된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일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안 그래도 집값이 지지부진한데 서울에 더 가까운 바로 옆에 신도시가 또 들어서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현 정부 지지층이 많아 반발이 작을 것 같은 서북부 지역에만 오히려 공급을 집중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창릉과 함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시 대장 지구(대장동·오정동·원종동 일대)에서도 신도시 개발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였다. 대장 지구 역시 창릉과 마찬가지로 일부 공장시설을 제외하곤 논과 밭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미개척 지역이다.

대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김포공항 바로 밑에 위치해 사실상 개발이 멈춰 있던 대장동 일대가 개발된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이 굉장히 들떠 있다"며 "특히 인근 인천 계양동 테크노밸리와 연계해 지역 전체가 발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대장동은 김포공항과 5㎞ 이내에 위치해 1970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대장 지구의 경우 항공기 소음, 교통망 부족 등의 문제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한 모씨는 "김포공항 바로 밑에 위치한 입지 특성상 소음이 심할 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며 "특히 이제 계획이 발표돼 실제 신도시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도시 효과에 대한 의문도 든다"고 밝혔다.

노근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오정지회장은 "부천 대장 지구는 지하철역이 전무해 자차로 서울에 출퇴근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상당한 교통 체증이 불 보듯 뻔하다"며 "지하철이 없으면 신도시가 교통 문제로 대혼란이 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드시 지하철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성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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