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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2019년 5월 5일, 2019시즌 K리그1 최다 관중(24,019명)을 모이게 한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는 베테랑 공격수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수원의 10번 데얀은 슈퍼매치 통산 9호골로 득점의 문을 열었고, 서울의 10번 박주영은 11분이나 주어진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어 경기를 닫았다. 자신의 7번째 슈퍼매치 득점이었다. 감독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10번의 가치가 드러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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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얀-타가트 딜레마 극복한 이임생의 깜짝 카드 '18세' 오현규
"데얀이요? 음. 민감한 문제가 있습니다. 끝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은 FC서울과 5일 슈퍼매치 대결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전략에 대한 말을 아꼈다. 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경기 선발 명단에 '푸른 데얀'은 없었다. 서울의 레전드에서 '숙적' 수원의 10번이 된 데얀은 서울에겐 아픈 이름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3년 만에 K리그에 돌아와 적으로 데얀을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2019시즌 데얀은 새로 가세한 호주 공격수 타가트의 활약 속에 선발과 벤치를 오가고 있었다. 만 38세인 데얀은 여전히 빼어난 결정력과 노련한 경기 운영을 자랑하지만, 라인을 높이고 압박하는 이임생 감독 전술 하에 체력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타가트와 데얀의 투톱 가동은 가장 이상적인 공격 조합으로 꼽혔으나 중원 숫자가 줄어든다는 전술적 부담도 있다.
이임생 감독이 서울전에 선발 공격수로 내세운 선수는 '신인' 오현규. 2001년생으로 데얀보다 정확시 스무살 어린 오현규는 역대 고교생 선수로는 최초로 슈퍼매치에 선발 출전했다. 이청용에 이어 슈퍼매치에 최연소 선발 출전 2위 기록을 이날 세웠다.
이임생 감독은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으로 기회를 얻어온 20세 이하 대표 공격수 전세진이 발목 부상을 입어 오현규를 내세웠다고 했다. 오현규가 22세 이하 선수 중 유일한 옵션은 아니었지만,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현규를 이례적으로 칭찬하며 기대했다.
"한국에 저런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있구나, 우리나라에 좋은 스트라이커 하나 나왔다고 할 수 있는 선수다. 내가 직접 보고 준프로 계약을 요청했고 터키 전훈에 데려갔다. 유럽 수비수들을 상대로 처음에는 위축됐지만 전훈 중간부터 살아났다. 오늘 일을 내줬으면 좋겠다. 스크린 플레이를 잘 하고, 제공권에서 본인이 상대 수비를 상대로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볼을 자기 쪽으로 안고 가고, 볼이 들어올 때 순간적으로 턴하고 슈팅하는 플레이가 좋다."
3-4-3 포메이션으로 나선 수원은 타가트를 중심으로 염기훈과 오현규가 좌우 측면에 포진했다. 염기훈이 측면과 2선을 오가며 미드필더에 가깝게 뛰었다면 185cm의 장신 공격수 오현규는 전방 중앙과 좌우 측면을 부지런히 오가며 공을 받고, 스크린 플레이, 포스트 플레이를 수행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의 전술적 정석에 가깝게 뛰었다. 타가트는 전방에 있지만 골 기회를 포착하는 유형의 선수다.
오현규가 앞에서 많이 뛰고, 공을 다투면서 서울 수비에 부담을 줬다. 서울도 스리백으로 수비했는데, 좌우 측면 센터백 이웅희와 황현수가 오현규의 침투를 여러번 파울로 차단해야 했다. 이임생 감독이 말한대로 오현규는 공을 등지고 지키며 연계하는 능력, 공을 받았을 때 통제하며 전진하는 능력이 빼어났다. 만 18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여유있는 볼 키핑에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전반 중반까지 분위기를 수원이 주도하게 했다.
"데얀이 K리그에서 보여줬던 경력들은 모든 분들이 다 아실 것이다. 데얀을 어느 시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 머리 속에 있었다. 오현규는 18세고, 이런 큰 경기에서 40분 갈 수 있던건 대견스럽게 생각한다. 좀 더 오현규 선수가 제 역할 못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었다. 조금 더 해주면 늦게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데얀이 오늘 나오기 전에 그런 얘기를 했다. 이 팀은 데얀 혼자의 팀이 아니고 감독 혼자의 팀이 아니라고 했다. 이 팀은 우리의 팀이기 때문에 함께 경기하고, 수원이라는 팀의 좋은 결과 만들기 위해 함께 선수들과 가자고 했다. 데얀이 골 넣어서 축하한다는 말 하고 싶고, 데얀이 수원이 결과를 얻는데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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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생 플랜: 전반전 40분에 들어간 데얀의 선제골
서울의 박주영의 킥, 고요한의 돌파를 통한 역습과 세트피스 공격이 예리했다. 수원이 공격 기회를 확실한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하며 서울 쪽으로 흐름이 넘어갔다. 이임생 감독은 그 타이밍을 내주지 않고자 전반 40분에 오현규를 불러들이고 데얀을 조기 투입했다. 이임생 감독이 경기 후에 말하겠다던 복안은, 데얀이 주전 경쟁에 밀린 것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이 해결사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체 투입과 함께 전반 추가 시간에 홍철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서울 골문을 위협한 데얀은 후반 12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려 이름값을 했다. 지난해 8월 15일 슈퍼매치 득점 이후 2경기 연속 슈퍼매치 득점이다.
"(데얀에게 실점하니) 앞이 캄캄했고. 사실 그런 순간 찰나에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기에 최대한 그 선수 발 밑에 볼이 안가게 준비했지만 세컨드 볼에서 데얀을 놓쳤다. 원샷원킬 능려을 갖고 있는 친구이기 때문에, 뭐 아 이 친구가 (들어왔을 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긴 들었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2018년 수원에 입단한 데얀은 이미 수원 소속으로 슈퍼매치 통산 8호골을 넣은 참이었다. 서울에서만 슈퍼매치 7득점으로 슈퍼매치 최다골 기록을 가진 데얀이었다. 데얀은 후반 12분 사리치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어 슈퍼매치 통산 9호골로 자신이 보유한 최다골 기록을 늘렸다. 스트라이커는 와인처럼 세월이 흐를 수록 깊어진다는 말을 K리그에서는 데얀이 입증하고 있다.
득점 이후 친정팀에 대한 예의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데얀이지만,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데얀은 후반 막판에도 현란한 드리블 기술로 역습 기회를 만들며 나이가 들어도 기술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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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시치도 없고 알리바예프도 없고: 서울에는 박주영이 있었다
이날 베테랑 스트라이커의 가치를 보여준 선수는 데얀만이 아니었다. 페시치의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 서울의 10번 박주영도 세트피스 상황의 날카로운 오른발 킥은 물론 전방과 2선을 오가며 여유있게 공을 관리하고 운반하고 뿌리며 서울 공격의 윤활류 역할을 했다. 올해 만 34세인 박주영도 슈퍼매치 역대 6골을 자랑하는 대표 스타다. 박주영은 최용수 감독 복귀 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며 자신이 왜 '축구 천재'라는 별명으로 불렸는지 충분히 보여줬다.
서울은 박주영의 연결과 고요한의 돌파에 이은 슈팅, 좌우 윙백 고광민과 윤종규의 시원한 측면 플레이를 바탕으로 예리한 역습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선방해 득점할 수 없었다. 후반 7분 박주영의 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이웅희의 헤더를 막아낸 장면은 노동건의 최근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노동건은 후반 45분 박주영의 페널티킥 슈팅까지 막았다. 김종우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박주영의 공을 빼앗으려다 다리를 찼다. 박주영이 쓰러졌고 VAR을 통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박주영의 슈팅은 노동건에게 읽혔다. 경기 내내 예리한 킥으로 득점 기회를 창출했던 박주영은 노동건의 벽에 막혀 결실을 맺지 못하는 듯 했다.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한 박주영은 결국 속죄의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추가 시간 찾아온 프리킥 기회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덕분이었다. 직접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었던 상황에 수원 수비의 허를 찌르는 짧은 패스를 택했다. 박주영의 패스를 받아 문전 왼쪽을 침투하던 고요한이 파울로 쓰러져 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박주영은 담대하게 또 한번 키커로 나섰고, 이번에는 골망을 흔들었다. 박주영의 동점골로 경기는 1-1 무승부, 종료 휘슬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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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슈퍼매치의 봄, 90분간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
양 팀 모두 사실상 투톱으로 경기하며 속도감을 높였고, 스리백으로 수비하며 안정감을 중시했다. 경기 전 이임생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경기 감독관, 주심 미팅에서 "경기를 끊지 말고 흐름을 가져가달라"고 당부했고, "서로 이기겠다는 것 보다 많은 팬들이 왔는데 만족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대로 양 팀은 콤팩트한 축구를 하면서도 활발한 공방전으로 빅버드를 찾은 3만여 관중에게 좋은 축구를 보여줬다.
"오늘 같은 경기는 우리도 득점할 수 있는 상황 많이 만들었고 실점할 상황도 많이 준 게 아쉽다. 골이 많이 안터진 게 아쉽다." (최용수 서울 감독)
서울은 주력 선수의 이탈이 뼈아팠다. 서울은 주축 공격수 페시치(종아리 부상)와 미드필더 알리바예프(경고 누적 퇴장)의 이탈로 공격 시 파괴력이 아쉬웠다. 최용수 감독도 경기 후 회견에서 경기 내용은 좋았으나 결정력이 아쉬웠다고 진단했다.
"알리바예프, 페시치 등 핵심 선수가 부상과 경고 퇴장으로 나간 상황이다. 그 포지션 선수의 결정력에서 증명이 된다. 전반에도 우리가 선제골만 넣으면 상당히 유리한 흐름으로 갈 수 있었다. 그많은 세트피스 찬스를 많이 살리지 못했다."
반대로 수원은 전세진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어린 오현규가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치며 최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데얀 조커 투입이라는 전술적 계획과 더불어 염기훈과 사리치가 2선과 3선에서 빌드업하는 과정이 탄탄했다.
수원은 데얀의 득점 이후 타가트를 빼고 김종우를 투입해 중원 밀도를 높였고, 후반 37분에는 최성근을 빼고 구대영을 투입해 수비 체력을 보강했다. 서울은 윤주태 교체 투입 후 동점골을 얻는 듯 했으나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확인되어 취소됐다. 후반 35분 이웅희를 빼고 정현철을 투입해 공격 숫자를 늘린 서울은 결국 동점골을 넣어 87번째 슈퍼매치에서도 역대 전적 동률(32승 23무 32패)을 지켰다.
"오늘 경기가 잘못되면 계속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최용수 감독은 최근 리그 무승을 끊지 못했으나 연패를 막아내며 기사회생했다.
"한 시즌을 길게 봐야한다. 우리는 매 경기 전투력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의 포지셔닝, 압박 타이밍, 볼이 없을 때 움직임이 상당히 괜찮고, 나쁘지 않았다. 오늘 사실 우리가 자칫 이런 슈퍼매치에서 상대에게 패했을 땐 여파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물론 승점 3점 이기기 위해서 준비했고 싸웠지만 그 부분 아쉽지만, 이런 승점 1점이 나중에 한 시즌을 가다보면 중요한 1점이지 않나 싶다." (최용수 서울 감독)
2015년 4월 이후 리그에서 펼쳐진 슈퍼매치에서 7무 7패로 14연속 무승의 늪에서 나오지 못했다. 4년 만에 리그 슈퍼매치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후반 추가 시간 11분에 내준 통한의 실점으로 이루지 못했다. 수원은 10경기에서 승점 10점을 얻는데 그쳐 현재 리그 9위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전력에 선수들이 최선 다했다. 오늘처럼 매 경기 절실하게 매 경기 나가면 분명 우리에게 반전할 계기가 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임생 수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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