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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라이징 스타 티모테 샬라메의 성장담 `미스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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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영화 `미스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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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창 기자의 시네마&]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소년을 티모테 샬라메만큼 세심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역대 세 번째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션 기록을 세운 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망한 배우로 꼽힌다. '레이디버드'에선 소녀의 마음을 한눈에 훔친 섹시가이로 짧은 출연 분량에도 큰 임팩트를 남겼고, '핫 썸머 나이츠'에선 친구의 동생과 금지된 사랑에 빠진 모습이 화보를 방불케 했다.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하면서도 카리스마로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모습에 그를 제임스 딘과 비교하는 평론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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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스티븐스'는 샬라메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이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2016년작으로 한국에선 샬라메 팬들의 요구로 뒤늦게 개봉했다. 정서가 불안정한 17세 고등학생 빌리를 연기한 샬라메는 좋아하는 선생님을 향해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면서도 웅크린 수사자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만큼 저돌적이다. 앞뒤 안 재고 감정을 드러내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뿐만 아니라 대사 없이 리액션만 하는 장면에서도 내면의 불안함이 그대로 전달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연기력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화는 고등학교 교사 시절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각본을 쓴 줄리아 하트 감독의 데뷔작이다. 고등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29세 교사 레이첼 스티븐스(릴리 레이브)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연극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학생 세 명의 인솔자로 자원한다. 연기 열정은 있지만 재능은 부족한 마고(릴리 라인하트), 사교성 좋은 동성애자 샘(앤서니 퀸틀), 불안정한 행동을 하는 연기 천재 빌리(티모테 샬라메)가 스티븐스의 차를 함께 탄다. 교장은 떠나는 스티븐스를 불러 특히 빌리가 약 먹는 것을 챙겨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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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앞두고 눈물이 많아진 스티븐스에게 17세의 빌리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옛날 노래를 흥얼거리고, 선생님을 미스 스티븐스 대신 레이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깜짝 놀라게 하고, 호텔방에서 선생님을 떠나지 않으려는 등 빌리의 마음은 일방적으로 스티븐스를 향해 있지만 스티븐스는 사생활과 직업윤리 사이에 선을 그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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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학생과 선생인 두 사람이 애정 관계로 나아가면서 드라마를 쌓을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모호한 관계 설정이 두 사람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든다. 17세 학생의 불안함처럼 29세 교사에게도 여전히 삶은 막막하다. 어느 단계에 있든 인생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영화 속 연극 경연대회에서 샬라메가 연기하는 '세일즈맨의 죽음' 속 윌리의 대사처럼, 불안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우리는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불안함을 극복하든 껴안고 살아가든 선택해야만 한다.

연극 경연대회가 막을 내리고 여행은 끝나지만 이들의 삶은 불안함을 남긴 채 계속된다. 두 사람은 여행을 통해 성장했을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극장가를 장악한 지금 '미스 스티븐스'는 거창하지도, 크게 주목받지도 않고 있지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열정을 품고 있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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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라메는 후반부 연극 경연대회 장면에서 '샐러리맨의 죽음' 독백 연기를 통해 깜짝 놀랄 만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응축해 있던 소년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이 장면은 '라라랜드' 속 에마 스톤의 오디션 장면만큼이나 강렬하다.

할리우드 대세로 떠오른 샬라메는 최근 다섯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킹'에서 잉글랜드 국왕 헨리 5세로 분하고, 그레타 거윅 감독의 신작 '작은 아씨들'에선 네 자매의 이웃 로리를 연기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리메이크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다.

또 우디 앨런 감독의 '뉴욕의 비오는 날'도 촬영을 마쳤지만 감독이 입양 딸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며 개봉이 보류된 상태다. 샬라메를 비롯한 출연진은 "이 작품으로 아무런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며 출연료 전액을 '타임스업' '뉴욕의 동성애자 단체' 등에 기부했다.

'미스 스티븐스'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샬라메뿐만이 아니다. 스티븐스 역을 맡은 릴리 레이브는 내유외강 교사를 세심하게 연기해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미드 '리버데일'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릴리 라인하트가 마고 역할을 맡아 좌충우돌 모습을 보여주고, 130만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 브이로거 앤서니 퀸틀이 다정한 동성애자 친구 샘으로 분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5월 2일 개봉.

[양유창 기자 sanit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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