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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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여당 내에서도 해당 법안이 문제 소지가 없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수처와 관련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돼야 한다는 대원칙에 일부 반하는 수사‧기소권을 겸하는 조항은 문제"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공수처 법안에서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고위 경찰관 등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뿐 아니라 기소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에 대한 우려다.
조 의원은 다만 "살아있는 권력이나 자기 식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던 수사기관의 과거 행태에 비추어 공수처라는 별도 수사기관 설치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인정된다"며 "현실적 필요성에 비하면 수용 가능하기에 공수처 법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가 법안이 제가 소속된 법사위로 회부된 후에야 새로운 주장을 꺼낸다면 생뚱맞을 뿐 아니라 자칫 판을 깨자고 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본격적인 논의 이전에 제 주장을 말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조 의원이 밝힌 문제의식은 여당 내 공수처법 반대론자인 법사위원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부분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공수처에 대해 금 의원은 '반대' 조 의원은 '찬성'이라고 했지만 결국 같은 논리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 의원은 본격적인 패스트트랙 국면 전인 지난달 11일 자신의 SNS에 공수처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를 수사 및 기소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전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라면 공수처 대신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것만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 금 의원 주장이었다. 금 의원은 "전세계 어떤 선진국에서도 대한민국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기관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검찰에서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면 바로 개혁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조 의원 역시 결국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관건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조 의원은 공수처에는 찬성한다고 밝힌 후 이어 "수사권을 분리하기 위해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 반대로 결론 지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수사권은 본질적으로 국민의 신체와 권리에 대한 침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며 "형사사법절차는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지 못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어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자, 그리고 그 여력을 인권보장과 소추 그리고 공소유지에 집중하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목적"이라며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수사 총량만 늘려놓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개정 법률안에 따라 검찰은 1차 수사기관으로서의 지위는 보장되고 소추‧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지위는 오히려 약화됐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 등 지금껏 검찰 특수수사부서가 직접 수사하던 범위를 아무런 제약없이 그대로 보장받게 됐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경찰이 송치 않는 사건은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예외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보완적 수사나 법률적 검토를 할 권한이 소멸되는 바람에 검찰의 인권보장기능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경찰이 1차 수사권 통제를 받지 않으며 국내 정보 업무 기능까지 남아있어 전횡이 예상된다고도 우려했다. 조 의원은 "실질적으로는 과거 국정원에게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을 준 것과 다름없게 됐다"며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일부사건을 제외하고는 불송치할 수 있게 됐고 내사로만 그치는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사실상 국가정보원의 1차 수사기관으로서 국민을 직접 수사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의 이름이 경찰청으로 바뀐 것에 불과할 뿐인데 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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