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야가 함께 만든 '동물국회'의 발생 원인으로 작용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는 2012년 국회법 개정 당시만 해도 원내정당간 고질적인 입법 갈등과 교착, 지연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꼽혔다. 다만 법안 처리의 신속성이나 입법 정당성 등에 대한 본질적 한계가 있었고, 이번 선거제도·사법개혁안 지정 역시 패스트트랙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는 미지수다.
1일 회동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도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특정 정당의 반대로 법안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을 막고자 18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한 국회법에 들어 있는 것이 패스트트랙 제도"라고 설명했다. 과거 국회에서 입법 교착·지연이 반복되면서 소수당의 입법참여를 보장하고 원내 다수 의원 지지 법안 입법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때 국회법이 개정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요건 강화 △의안자동상정제 △위원회 안건조정제도 등을 담았는데 패스트트랙 제도가 핵심 방안 중 하나였다. 상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180일이 지나면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회부·상정되고, 법사위에서도 90일이 지나면 본회로 넘어간다. 본회의에서도 최장 60일 이후 첫 회의 때 자동상정된다.
시급 법안 처리를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의 필요성이 인정받지만 '자동 상정'은 각 입법단계의 정치적 과정을 축소해 입법 정당성이 크게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리는데 보통 법안들이 본회의에서 처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80일 정도라 패스트트랙의 '패스트'(fast)도 의심받는다.
이번 선거제도·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 역시 앞으로 자유한국당 위원장이 지키는 법사위 등에서 더 큰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여야 4당이 법안 심사 과정에 한국당을 참여시키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입법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대통령-국회간 불균형적 관계 △원내정당간 불신의 정치문화 △강한 정당기율 △약한 의원자율성 등을 개선해야 패스트트랙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의회처럼 패스트트랙 적용 법안의 범주를 명확히 사전규정해 갈등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의회는 무역, 전쟁, 핵무기 비확산 관련 의안들로 패스트트랙 범주를 정해놨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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