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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2심 재판장, "돈봉투 천박…판사끼리 줬으면 수사 안 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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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최민경 기자] [the L]안태근 면직 취소소송 2심 맡은 박형남 부장판사…"검찰국장 재직시 돈봉투 집행내역 제출하고 자필진술서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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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전 검찰국장/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후배 검사들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가 면직 처분을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 재판장이 "수사가 끝났다고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천박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검찰의 판사들에 대한 수사에 빗대 피고인인 안 전 국장을 몰아붙여 눈길을 끌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일 안 전 국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안 전 국장 변호인은 "1심은 (지급)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는데 그런 형태의 관행들이 있었고 반드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형사재판에서 대법원도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선배가 부하에게 지급하는 격려금이라고 판단됐는데 안 전 국장이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게 징계 사유로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재판장을 맡은 박형남 부장판사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수사가 끝난 후에 수사기밀비를 주는 일이 과거에도 있었는지 추궁하면서 "원고가 검찰국장에 취임한 이후 그런 식으로 얼마나 집행했는지 밝혀달라"고 직접 석명권(釋明權)을 행사했다.

이어 박 판사는 법정에서 "비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요새 검사들이 판사들을 기소한 사례에 비춰보면 마치 재판이 끝난 이후에 법원행정처 차장이 소속 법원장과 재판장을 만나 밥을 먹고 재판을 잘했다고 격려금을 준 것과 같다"고 말하며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수사가 끝났다고 서로 간에 두 보스가 만나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은 너무 천박하다"며 "밥을 먹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봉투를 만들어 주면서 국민과 판사에게 이해해달라고 하는 건 법을 떠나 과연 정당하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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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판사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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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판사는 "판사가 그랬다면 (검찰이)횡령이든 뭐라도 걸어서 수사를 한다고 할 것"이라며 "법원에 대해선 추상같이 수사하면서 자기들에 대해선 봄바람 불듯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태도는 재판장이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정권 초기에 아주 큰 이슈로 대두됐고 기억이 생생하다"며 "과연 안 전 국장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개적인 법정에서 안 전 국장의 진솔한 내심을 밝히는 것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며 자필 진술서 등을 내 달라고 요구했다.

안 전 국장은 2017년 4월21일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끝난 후 법무부 검찰국과 이 전 지검장을 포함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특수부 검사 6명에게 수사비 명목으로 70~1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리에 함께했던 이 전 지검장이 검찰국 과장 2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건네는 것을 말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논란이 커지면서 법무부는 안 전 국장과 이 전 지검장을 면직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은 안 전 국장의 비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면직은 과하다며 면직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불복해 항소심이 열리게 됐다.

한편 박형남 판사는 1960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사법연수원 14기다. 같은 학교 후배인 1966년생 사법연수원 20기 안 전 국장보다 학교와 연수원 모두 6년 선배다. 박 판사는 지난 10일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사법부, 믿어도 되나요?'를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 강연에서 박 판사는 사법 농단에 따른 사법 불신에 대해 "현직 판사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재판으로 본 세계사'라는 책을 발간해 세계적 재판 15건에 대해 사건 배경과 재판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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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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