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자회견서 눈물의 소회 "비난 아닌 위로하자"
앞만 보고 달린 '패트' 정국, 국민의당계까지 반발
'무공천 밀약설'·'민주당 이적설'·'거짓말쟁이' 프레임
호남 정치인 입지 한 층 쌓아…"민주당과 차별화 해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트랙 소회를 밝히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결단’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열차의 탈선을 막았다. 특히 과거 당 내홍을 두고 갈피를 못 잡던 이미지를 벗어나,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강인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 ‘정치인 김관영’으로서의 무게도 한 층 쌓았다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열며 그간의 소회를 눈물로 밝혔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상처를 우리당 의원들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알아주고 치유하자”며 “배제가 아니라 통합, 비난이 아닌 위로를 해나가자”고 호소했다.
두 번의 투표, 두 번의 사보임
김 원내대표에게 지난 일주일은 매 순간이 고된 선택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분수령은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안 추인과 관련한 23일 의원총회에서다. 이날 의총은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을 ‘단순 다수결’로 할지 ‘3분의 2’ 이상으로 할지, 그 투표 방법을 먼저 다수결로 투표하는 등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패스트트랙 추인은 12대 11,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당장 다음날(24일)부터 사보임 갈등이 시작됐다.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공수처)의 키를 쥐고 있는 사법개혁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이 전날 추인한 패스트트랙 안에 공개 반대를 하고 나선 것. 여기에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사보임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표결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 2명 중 1명만 동의를 안 해도 패스트트랙이 엉클어지는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것.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에 불가는) 그쪽(바른정당계)의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맞섰다. 이후에도 지상욱·하태경 등 바른정당계 의원은 계속해서 ‘사보임 불가론’을 내놓으며 김 원내대표를 흔들었다.
창당 이래 첫 당 노선 끝까지 관철
김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한 날짜인 25일 오전,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내 갈등보다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우선순위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내 갈등은 국민의당·친(親)안철수계까지 번졌다. 기존에 패스트트랙을 반대해 온 이태규·김중로 등 국민의당 출신 의원에 더해 이동섭·김삼화·신용현 의원도 사보임에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 반발에도 김 원내대표는 앞만 보고 달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개혁과제를 추진해 당의 앞길을 개척하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의지에 따라, 25일 저녁에는 협의 중인 공수처 안에 불만을 제기한 권은희 의원까지 사보임했다. 같은날 밤 국회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밟으려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 간 충돌로 난장판이 됐다. 두 의원의 사보임에 당내 반발 역시 극에 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과 문자’를 돌리고 의원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지만 후퇴는 없었다. 결국 30일 새벽 선거제 개편·공수처 신설·검경수사권조정안이 모두 정치개혁·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 창당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당의 노선을 끝까지 밀어붙여 정국을 주도한 것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당에 새 활로를 불어넣을 걸로도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 역시 “김 원내대표가 주도한 캐스팅보트 역할로 패스트트랙 지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향후 거대 양당의 대립 정국 속에서 국회 정상화, 민생 법안 통과에도 빛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같은당 채이배, 권은희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사개특위 관련 상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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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사분오열, ‘민주당 2중대’ 비판도
물론 김 원내대표의 내상도 적지 않다. 당장 29일 열린 최고위에서 당 지도부는 손학규 대표와 김 원내대표 단 두 명만 출석했다. 당의 사분오열이 중증으로 번진 것. 친안계도 바른정당계의 지도부 총사퇴론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 원내대표를 향한 음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반대세력은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군산 ‘무공천 밀약설’, ‘민주당 이적설’을 비롯해 ‘거짓말쟁이’ 프레임까지 덧씌웠다. 그럼에도 당장 정치인 김관영 이름 석 자를 국민들에게 심는 것은 성공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를 제외한 차세대 호남 정치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김 원내대표의 입지 또한 넓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보여준 당내 갈등 수습과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김 원내대표는 ‘합리적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상당히 무리를 한 것은 사실이다”며 “앞으로 민주당과 얼마나 차별화를 보이는지를 국민들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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