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30일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투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상복 차림의 나경원 원내대표, 삭발한 박대출 의원, 목 깁스를 한 박덕흠 의원(왼쪽부터)을 향해 시선이 집중됐다. /국회=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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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투쟁 여파…잠 청하는 의원들도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상복'을 입은 원내대표, 부활을 위한 저항에 나선다며 '삭발'한 의원, 며칠 간의 몸싸움이었지만, 끝내 남은 건 상처뿐이라는 듯 '깁스'한 의원 등등. 30일 자유한국당의 모습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장엔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은 장례식을 연상시키듯 검은색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어 의원들이 속속 의원총회장에 도착했다. 의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평소라면 동료 의원들과 밝게 인사하며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는 한국당 의원들이지만, 이날만은 조용했다.
몇몇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박대출 의원은 머리를 삭발했다. 박덕흠 의원은 목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손목에 붕대를 감은 조경태 최고위원도 있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상·하의를 모두 검은색으로 맞춰 입어 상복 차림을 연상시켰다.
이처럼 한국당의 분위기가 어두운 것은 전날 밤과 이날 새벽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약 일주일 전부터 철야 농성에 육탄 방어까지 펼치며 저지에 나섰지만 결국 여야4당의 강행을 막지 못했다. 박덕흠 의원의 목 깁스는 '전투'의 흔적이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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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얼굴이 창백해보였던 나 원내대표는 "끝끝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유린을 저지하지 못했다. 무차별적 폭거에 온 몸으로 저항했다. 맞고 부서져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막지는 못했다"며 "힘의 논리에 앞세운 저들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민생을 외면한 독재 야욕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어제는 대한민국 헌정사 치욕의 날이다. 대한민국은 멈췄다. 우리 역사는 어제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며 "헌법 전복을 기도하는 좌파 세력의 기습 침략과 자유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테러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저들은 자유민주주의 뿌리를 뽑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우리의 헌법 수호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아야 한다. 국회에서 광장에서 결사항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전방위적 결사항전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 있다면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라며 "의원과 당직자, 보좌진이 혼연일체가 됐다. 일치단결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저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곽상도 의원이 얼굴을 감싸쥔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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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의원은 연설 도중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올블랙' 차림으로 발언대에 선 박 의원은 "분노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며 "아마도 저들은 기뻐서 잠을 못잤을 것이다. 우리는 걱정과 분노로 잠을 못잤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의원직 총사퇴와 광장 출근, 특별당비 납부를 다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진정성을 국민이 잘 알지 못한다"며 "우리의 후손이 김정은의 노예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싸우는 것 아니겠나. 저는 두렵지 않다. 저는 탄핵에도 찬성했고, 탈당도 했고, 복당도 했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저는 이번에 동료애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껴봤다"며 울컥한 듯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한숨을 크게 내신 뒤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분노해서 이런 동료애, 동지애, 당원간의 이런 감정은 처음 느껴봤다"며 "저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박대출 의원은 의원총회 직전 패스트트랙 통과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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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삭발로 시선을 집중시킨 박대출 의원도 직접 발언대에 섰다. 그는 의원총회 직전 SNS를 통해 직접 머리카락을 깎는 장면 촬영해 공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오늘 자정부로 20대 국회는 죽었다. 민주주의도 죽었다"며 "사그러진 민주주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작은 저항의 표시로 머리를 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은 저항의 물방울이 큰 바다를 이루기를 희망한다"며 "그 바다가 민주주의를 유린한 저들을, 헌법을 파괴한 저들을, 대한민국을 농단한 저들을 집어삼키길 소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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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의원총회장 곳곳에선 투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는지 잠을 청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전날 밤에 개의돼 자정을 넘긴 시각이 돼서야 패스트트랙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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