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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5일 전쟁' 패스트트랙 정국 일단락…각 당의 '대차대조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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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文대통령 1호 개혁입법 이행 성과…정치적 포용력 한계

한국, '야성' 보이며 보수층 규합했으나 확장성에는 의문 부호

바른미래, '캐스팅보트 존재감' 과시했지만 黨분열 후유증 극심

평화·정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길 텄으나 與 '이중대'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김남권 기자 = 지난 닷새간 한국 정치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패스트트랙 정국이 29일 일단락됐다.

그야말로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 간에 건곤일척 식으로 전개됐던 '5일간의 전쟁'에서 여야 모두 나름대로의 전리품을 챙겼으나, 동시에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7년간 자취를 감췄던 물리적 충돌이 다시 등장할 정도로 격렬한 전투가 치러진 만큼 각 당에 남긴 정치적 명암은 뚜렷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은 지난해 12월16일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게 그 시발점이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 끝에 이뤄진 합의였지만 넉 달이 넘도록 셈법이 달라 진척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4월 임시국회 종료를 보름 앞둔 지난 22일 선거법 개정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태우기로 하면서 패스트트랙 열차에 시동이 걸렸고, 이날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통과하면서 본회의를 향해 본격적으로 발진했다.

연합뉴스

몸싸움 벌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 文정권 '1호 개혁입법' 이행 첫 성과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원동력인 '촛불민심'에 부응하고 진보적 지지층을 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협상 시작부터 야 3당이 사활을 걸었던 선거제 개편보다는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설치 관철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했다.

공수처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양보한 것도 사법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협상틀을 깨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공수처 법안이 당초 생각한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점을 아쉽게 여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애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한발 양보해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고위직 경찰에만 기소권을 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다가 바른미래당이 이날 기소심사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별도 공수처법안'을 제안하자 이 또한 수용했다.

당내 일각에서 원안에서 후퇴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의원총회에서는 야당과 합의안이 큰 잡음없이 통과됐다. 이를 두고 공수처법 관철을 위해 민주당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집권여당으로서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정치력의 한계를 보이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미세먼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한국당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그 책임의 상당부분이 여권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한국당, '웰빙 정당' 벗어나 보수 결집 원동력 = 지난 10년간 집권으로 야성을 잃고 무기력했던 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친박(친박근혜), 비박계로 나눠 여야 관계보다 못한 계파 갈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 23일 시작한 철야 국회 농성에 거의 전원이 참석할 만큼 결속이 공고해졌다.

정치 신인의 딱지를 떼지 못한 황교안 대표나 투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전면에서 주도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발을 들이지 못했던 광화문에서 지난 20일과 27일 개최한 두 차례 장외 투쟁에는 수만 명이 운집, 이 여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러나 확장성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았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이영자'(이십대·영남·자영업자)가 돌아섰다는 말이 나왔지만 아직도 지지율은 30% 박스권에 갇혀 요지부동이다.

또 이번에 남긴 폭력 이미지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짙다. 벌써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국당의 해산을 촉구하는 글에 오늘 하루만 30만명이 찬성해 누적 50만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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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외치는 황교안과 나경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캐스팅보트 행사한 바른미래…당 내홍 후유증도 =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이던 바른미래당이 돌아서면서 패스트트랙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모처럼 제3당으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셈이다.

더군다나 한국당의 물리적 저지로 패스트트랙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별도안을 제시해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하면서 다시 한번 물꼬를 텄다.

그러나 손학규 퇴진론은 더욱 커졌고, 권은희·오신환 의원을 강제 사보임 하며 강수를 뒀던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적지 않은 내상을 입게 됐다.

반대로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계는 수적 열세를 다시 절감했지만 지도부 퇴진을 위해 안철수계와 전략적 제휴를 하면서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에는 중심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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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들어서는 손학규-김관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 평화당·정의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길 텄지만 '이중대' 비판 =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당의 명운이 걸린 선거제 개혁을 관철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대로 선거제도가 바뀌면 현재 지지율 3위 정당인 정의당이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석수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 및 연동률 50% 적용이 핵심으로 현재보다 지역구 의석은 28석이 줄고, 비례대표 의석은 그만큼 늘어난다.

평화당의 경우 선거제 개혁이 불발되면 야당발(發) 정계개편론에 휘말릴 수 있었으나 현재 그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적극적 보조를 맞추면서 '이중대'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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