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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고비마다 '뚝심''결단''돌파구'…패스트트랙 정국 좌우한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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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당내 반발속 野3당 요구 수용…김관영·손학규, 분당 무릅쓴 결단

심상정, 선거제 고차방정식 해법 도출…'숨은 공신' 문의장, 사보임 허가로 물꼬

권은희 별도 공수처案에 지지부진 4당 공조 급물살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25일 선거제·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기까지는 고비마다 정국의 물길을 돌려놓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때로는 저돌적으로, 때로는 교묘한 방식으로 위기 상황을 타개하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이뤄내는 데 기여했다.

연합뉴스

국회 본청 들어서는 홍영표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외부일정을 마치고 국회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의 '산파'로 꼽힌다.

여의도 정치권에 여야 4당 공조가 좌초됐다는 소문이 파다했을 때도 홍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등과 꾸준히 접촉하며 법안 내용을 물밑 조율해왔다.

새 선거제도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의석수가 지금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와중에도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과감하게 수용했다.

그는 또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민주정부 3기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인식, 원안에서 다소 후퇴한 공수처 설치법안을 받아들였다. '제한된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가 그것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열성 지지자들이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안 된다'고 반발했지만, 별다른 잡음 없이 여야 4당의 합의안을 추인하는 데 성공해 당내 장악력을 입증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불가피하게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갖는 공수처를 관철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고, 의원들은 공수처 합의안의 만장일치 추인으로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이날 자체 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지정하자는 바른미래당의 돌발 제안을 전격 수용, 위태로운 여야 4당 공조를 막판까지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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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손학규-김관영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바른미래당의 합의안 추인을 이끌어낸 김관영 원내대표의 공도 컸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초청 5당 원내대표 오찬에서 문 대통령에게 선거제 개혁을 적극 설득했고, 결국 문 대통령으로부터 "비례성·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발언을 끌어냈다. 지난해 11월 여야정협의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작년 12월 손 대표가 연동형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단식했을 당시에도 김 원내대표가 막후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결국 청와대 지지까지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더해 수차례 의원총회를 열거나 개별적으로 만나 소속 의원들을 설득했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는 손 대표였다.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제기하는 '손학규 퇴진론'에 맞서 선거제 개혁의 당위성으로 버티며, 김 원내대표의 원내 협상 전략을 측면 지원했다.

23일 의총에서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 표결에 앞서 추인 기준을 '과반'으로 할지, '3분의 2'로 할지를 먼저 표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패스트트랙 반대파의 표결 참여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12 대 11'의 아슬아슬한 통과를 끌어냈다.

바른미래당의 내분을 무릅쓰면서까지 상황을 정면돌파한 두 사람의 '콤비'는 패스트트랙 성사의 '일등공신'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심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민주당 김종민·바른미래당 김성식·민주평화당 천정배 간사와 함께 선거제 개혁 합의안이라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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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개정안 법안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심상정 의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직선거법개정안 법안 발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심 의원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유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개특위 위원장직을 본인의 정치 인생 최대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특유의 친화력과 집요함으로 여야 의원들을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찬성 여론을 조성했다.

이런 가운데 보이지 않게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문 의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의장은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던 작년 12월14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내달라고 설득했고, 결국 문 대통령으로부터 '답변'을 받아냈다.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추진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권은희·오신환 의원의 반대로 가로막히자 두 의원의 사보임(상임위 교체)을 허가해 다시 물꼬를 텄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의장실 항의 방문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두 의원의 보임 신청서를 신속하게 결재해 패스트트랙의 동력을 살려냈다.

아직 최종 법안 처리까지 첩첩산중인 만큼 문 의장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반대파의 협상 테이블 참여 등을 포함, 온전한 의미의 협치를 통한 패스트트랙 성사를 위해 여야를 적극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막판에 제시한 별도의 공수처 법안은 패스트트랙 성사의 '암초'로 여겨졌으나, 실제로는 바른미래당 내홍에 지지부진해진 여야 4당 공조가 급물살을 탈 수 있도록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셈이 됐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권 의원은 바른미래당 자체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지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 참여를 약속했고, 민주당이 당내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닫혀가던 패스트트랙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연합뉴스

인사말 하는 문희상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3월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주최로 열린 '국회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선거의 비례성과 국회의 대표성'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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