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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경향신문 '베이스볼 라운지'

[베이스볼 라운지]감독이 퇴장당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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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비 콕스 감독은 애틀랜타 감독을 25년이나 지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1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켰다. 리그 우승 5차례, 월드시리즈 정상도 차지했다. 감독으로 통산 2504승을 거뒀다. 역대 4위 기록이다.

콕스 감독의 커리어 초반 때 일이다. 애틀랜타 내야수 대릴 체니는 11시즌 동안 통산 타율이 0.217밖에 안되는 백업 내야수였다. 한번은 뉴욕 메츠와 경기를 벌일 때였다. 체니는 후속타자의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달렸고 접전 끝에 아웃이 선언됐다. 체니가 펄쩍 뛰어오를 때 더그아웃에서 콕스 감독이 먼저 뛰어나왔다. 심판에게 대신 대들었고, 콕스 감독이 퇴장을 당했다. 더그아웃을 빠져나가 감독실로 향했고, 우당탕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감독실 화장실 변기를 맨손으로 부쉈다. 깨져서 물이 넘치는 화장실 변기를 체니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해 시즌 막판 콕스 감독이 체니를 불렀다. 구단이 체니와 제계약 불가 방침을 정했다. 콕스 감독은 “(너를 데려갈 수 있는) 다른 팀에 뭔가 보여줘야 하니까 남은 2주 동안 선발로 출전한다”고 말했다. 체니는 통산 타율 0.217이지만 선발로 나선 2주 동안 타율 0.333을 기록했다. 체니는 다른 팀을 고르는 대신 은퇴를 택했다. 체니는 “내 마지막 감독은 콕스”라고 말했다.

콕스 감독의 2504승보다 더 의미 있는 기록은 통산 158번 당한 퇴장이다. 메이저리그 감독 퇴장 숫자에서 압도적인 1위다. 콕스의 퇴장은 리더로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다. 부서진 화장실 변기를 보고 있던 체니는 “이제 콕스 감독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28일 잠실 두산-롯데전에서 보기 드문 ‘감독 싸움’이 벌어졌다. 롯데 구승민의 공에 두산 정수빈이 맞아 쓰러졌고, 상태를 확인하러 나간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막말’이 도마에 올랐다. 롯데 양상문 감독이 이에 뛰쳐나오며 감독이 일으킨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감독의 막말과 설전 모두 팀 내부를 향하는 메시지다. 콕스 감독은 맨손으로 변기를 부숨으로써 체니의 아웃 판정을, 혹은 주루 실수를 팀 내부 동력으로 만들었다. 수위와 정도를 따져 잘잘못을 가리고 이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다. 갈비뼈가 부러져 고통스러워 하는 선수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도, 우리 팀 선수가 막말을 들었다는 것에 점잖게 대응하는 것도 모두 무책임에 가깝다. 김 감독의 대응과 팬들을 향한 사과, 양 감독의 여전한 분노 모두 감독의 책임과 역할이고 팀을 위한 메시지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 닷컴에는 ‘퇴장 뒤 스트라이크 볼 판정 변화’를 연구한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4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볼판정 관련 퇴장이 발생한 308경기, 4만7000여개의 투구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뚜렷한 경향이 드러났다. 첫째, 퇴장당한 팀의 타자들은 퇴장 발생 전 스트라이크존이 넓게(불리하게) 적용됐고, 둘째, 퇴장 발생 이후 심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축소하는 변화를 보였다. 그러니까, 감독이 화를 내고 퇴장을 당하면,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다는 얘기다. KBO리그의 한 감독은 “감독은 욕먹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게 감독이 연봉 많이 받는 이유”라고 했다.

시즌 개막 뒤 전체 일정의 20%가 흘러갔다. 감독들이 소매를 걷어붙일 시기가 왔다. 메이저리그 감독 승리 7위의 명장 리오 듀로셔는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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