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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불법촬영물 고발 나오자 검색어가 ‘국노’→‘몰래’→‘중노’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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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되는 여성의 몸-디지털 시대의 성폭력, ‘성접대’, 성매매’ 토론회

성구매 후기 하루 평균 734건 올라오는 웹 사이트도 있어

“여성 거래를 통한 남성 강간 문화 견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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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과 승리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참담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우리는 이미 여성의 몸을 이용하여 친밀감을 형성하고 사업상 이익을 도모하는 남성들의 오랜 관행과 약물을 이용한 성적 침해를 ‘로맨틱한 것’으로 포장하는 행위들이 공공연하게 발생함을 목도해왔고, 희화화에 동조하거나 방조함으로써 그와 같은 행위들의 중대성과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해왔을 뿐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 사회에서도 여성 거래를 통한 남성 강간문화와 남성연대는 견고하기만 하다. 여성은 ‘뇌물’로 상납되고 놀이의 도구가 되고 남성 간 연대의 징표가 된다. 이 경제에서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단지 물화된 대상, 성적인 대상일 뿐이다. 여성의 동의 여부, 자발성 따위가 중요한가? 자발적이라면 좀 더 수월하게, 그렇지 않다면 조금 더 품을 들여 (약물이라도 써서) 그 경제를 완성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성상납’과 ‘성접대’를 ‘뇌물’로 인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한국여성학회와 경찰청, 여성가족부가 공동 주최한 ‘교환되는 여성의 몸-디지털 시대의 성폭력, ‘성접대’, 성매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버닝썬 사건’ ‘김학의 사건’ ‘고 장자연 사건’ 등과 같은 성폭력·성접대·성매매 사건의 기반에 공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일상적 ‘강간문화’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형성된 ‘성폭력 산업’의 실태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리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사무국장은 불법촬영물 유통이 밥줄이 된 웹하드 업계의 실상을 보여줬다. 리아 사무국장이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한사성 등 시민단체의 고발 전인 2017년 6월 42개 웹하드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국노’(국내 야동)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상위 6개 웹하드 사이트에서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이 모두 33만9888개 유통됐다. ‘국NO’ 같은 변형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도 20만7863개 있었다.

웹하드 사이트는 금칙어 설정(특정 검색어 제한)을 피해 새로운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을 유통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한사성이 웹하드 카르텔을 고발한 뒤인 지난해 8월 기준 48개 웹하드를 전수조사한 결과 ‘몰래’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의 유통량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위 6개 웹하드 사이트에서 모두 5만856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국노’ 등 기존 불법촬영물 검색 키워드가 검색 제한 대상이 되자 키워드를 바꿔 유통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엔 외국 불법촬영물 유통도 크게 늘었다. 리아 사무국장은 “한사성이 지난해 11월 하반기 모니터링 및 삭제 지원 활동을 하면서 ‘여친’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과거 주로 ‘국노’라는 말머리가 달리던 것과 달리 ‘중노’(중국 야동) 말머리가 갑자기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 비제이(BJ)들이 성인방송으로 진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한사성의 발표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46개 웹하드 사이트 리스트 가운데 비제이의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카테고리가 존재하는 웹하드는 34개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리아 사무국장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별풍선 및 하트 등의 사이버머니를 비제이에게 전송하면 그 개수에 지정된 행동을 수행하는데, 예를 들어 222개 사이버머니를 전송하면 비제이가 신체 일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비제이를 채용하는 공고도 빈번하게 게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하드 업계는 이같은 불법촬영물을 밥줄로 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한사성이 공개한 웹하드 사이트인 위디스크, 파일노리의 2017년 영업이익은 각각 52억원, 98억원이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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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선은 가상세계에서, 매매는 현실세계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산업의 실태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송봉규 한세대 교수(산업보안학)가 성구매 후기 웹사이트 1개를 선정해 구조 및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사이트에는 ‘지역별 업소 찾기’ ‘업소 언니 정보’ 등 성매매 업소를 홍보하는 게시판이 있었다. 사이트에서 후기글을 많이 올리거나 후기글의 조회수·추천수에 따라 우수회원으로 선정되면 업소 이용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다. 500만~1천만원으로 성매매 업소를 차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창업 정보 게시판도 있었다.

송 교수가 지난해 7월4일부터 10일까지 성구매 후기 게시글을 수집한 결과, 1025개 업소에 대한 후기와 5144건의 후기글이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734여건 성구매 후기글이 올라오는 셈이다. 이 가운데 ‘건마’(건전 마사지샵)가 1342건, ‘오피’가 980건, ‘안마’가 964건 순으로, 대부분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었다. 특히 성구매 후기 웹사이트의 경우 하루 약 2만명이나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성구매 후기 사이트에서는 성매매 업소 단속과 관련해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질문게시판’도 성행하고 있다”며 “단속과 처벌 강화뿐만 아니라 단속에 대응하는 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성을 구매하려는 남성들을 주선하고, 강간한 남성들을 보호하며, 그러한 보호를 합법화해주는 시스템은 이 사회가 성폭력과 성매매라는 행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접대’에서 여성의 몸은 스스로 의지를 가질 수 없는 접대의 대상물일 뿐 인격적 존재로서의 주체성은 소실된다”고 비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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