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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애편지에서 태어난 ‘어글리 돌’ 할리우드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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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애니 개봉 앞둔 김선민씨

“타인의 다른 모습도 사랑하세요”

중앙일보

어글리 돌 웨이지, 바보, 모씨가 한복 입은 모습. 김선민씨 부부가 그려 보내왔다. [사진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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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한국·미국에서 국제연애를 하던 디자인학도 커플. 이들이 연애편지에 장난스레 그린 작은 괴물 캐릭터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아트 토이가 됐다. 미국에서만 1000만 개 넘게 팔린 봉제 인형 ‘어글리 돌(Uglydolls)’ 얘기다. 눈·코·입 개수도 제각각. 세간의 기준으론 못생긴(ugly) 외모지만, 이를 톡톡 튀는 개성으로 승화시켰다. 지금껏 수십 종 인형이 세계 20여 개국에서 1억 달러(약 1100억원) 넘게 판매됐다.

18년 전 이 사랑스런 인형을 탄생시킨 사람은 한국인 김선민(43)씨와 미국인 데이비드 호바스(48).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문으로 만나 이젠 딸을 둔 부부가 됐다. 김씨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어글리 돌을 통해 ‘다름’을 즐기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나와 다른 타인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다른 나의 모습도 사랑하고 환영하자는 이야기”라며 “아이가 어글리 돌 때문에 자신감을 얻고 밝아졌다는 부모들 편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되고 힘이 난다”고 했다.

2001년 나온 어글리 돌 1호는 앞치마 두른 요리사 인형 ‘웨이지’. 당시 남자친구 호바스가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온 김씨에게 편지에 그려 보낸 캐릭터였다. 이를 김씨가 “서로 떨어져 힘들 때라 기운 내자는 의미”로 손바느질 인형으로 만들어 미국에 보냈고, 감동한 호바스가 이를 LA의 한 완구 전문점에 소개했다. 처음에 스무 개씩 만들어 팔던 인형은 곧이어 여러 캐릭터를 출시하고, 주문이 쇄도하며 정식 브랜드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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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어글리 돌’. 밑에서 두번째가 바보다. [사진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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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마다 이름도, 성격·특기도 다르다. 여러 친구를 거뜬히 껴안아줄 만큼 품이 넓은 인형의 이름은 한국어 ‘바보’. 김씨는 “바보란 단어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음을 나타내고, 친근하고 정감 있어 쓰게 됐다”며 “캐릭터마다 개성이 달라 자신이나 가족·친구와 닮았다고 재밌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런 인기에 대해 호바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통해 “선민이 지은 ‘어글리 돌’이란 이름과 인형의 부드러운 느낌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 같다”며 “인형마다 곁들인 캐릭터 설명도 즐거움을 줬다”고 전했다.

다음 달 1일 동명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도 전 세계 개봉한다. 어글리 돌이 모여 사는 마을의 탄생 비화를 담았다. 웨이지·바보에 더해 핑크빛 긍정 소녀 ‘모씨’, 래퍼 강아지 ‘어글리 독’, 외눈박이 시장 ‘옥쓰’ 등이 주인공. “못생긴 아침(Ugly Morning)!”이란 인사로 하루를 여는 이 활기찬 주민들은 별난 것을 축하하고 이상함을 소중히 여긴다. 켈리 클락슨, 핏불, 닉 조나스, 자넬 모네 등 유명 뮤지션이 더빙에 나선 뮤지컬 장면도 귀가 즐겁다. 한국어 더빙판은 장난감 유튜버 엘리(본명 이성인)도 참여했다.

김씨는 “오랫동안 영화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신나는 노래를 보고 들을 뮤지컬 장면이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결혼, 경기도 용인에 신혼살림을 꾸렸던 부부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딸을 얻은 뒤 아기곰에 관한 동화 『심술쟁이 보시베어』, 미국에 사는 아시아 소녀 캐릭터 인형 ‘연아’ 등도 새롭게 선보였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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