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지도부, 오신환 이어 권은희도 교체…한국당 등 "막장 드라마" 비판
文의장, 병상결재 이어 구두결재 '이례적'…유승민계, 국회 의사과 점거 농성
한국당 의원, 채이배 사무실 점거…채이배 112에 직접 '감금' 신고도
이를 두고 패스트트랙 추진에 공조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3당은 '대의'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물론 내부 찬성파들 사이에서도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두 차례에 걸쳐 '팩시밀리' 방식을 통해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각 정당은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할 때 국회 의사과로 직접 사람을 보내는 '인편 제출' 방식을 택해 왔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하루에 두차례나 팩스 제출을 한 것은 당내 바른정당계에 물리적 제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 의원 등은 전날 오후부터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한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 신청서가 접수되는 국회 의사과를 점거했다.
실제로 전날 당 관계자가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러 왔다가 유의동 의원에 막혀 발길을 돌리는 일도 발생했다.
또 당사자인 오 의원은 현장에서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분탕질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사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 바른정당계 의원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의사과에서 사보임 신청서 제출을 막았고, 이날 오전에도 8시 30분부터 의사과에 집결했다.
물리적으로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인편 제출 대신 팩스 제출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사보임을 막으려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사보임을 관철하려는 당 지도부가 '007 작전'과 같은 비전통적 방식을 택한 것이다.
사보임 신청서 제출은 '인편이나 정보통신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요청 사유서에서 "교섭단체의 상임위 운영을 고려해 오신환 의원을 사임시키고 채이배 의원으로 보임하고자 하니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했다.
바른미래당의 '팩스 제출'은 비단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뿐 아니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당내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 의원의 사보임 신청서가 팩스로 제출된지 약 1시간 30분만에 이를 허가했다.
오 의원 대신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회관 사무실에 감금당했다가 6시간 만에 가까스로 탈출했다.
한국당 의원 11명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면서 채 의원의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 출석을 막았다.
채 의원은 지속적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제지당했고, 직접 112에 신고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채 의원은 오후 3시 15분이 돼서야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와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의원회관을 빠져나왔고, 곧장 국회 본관으로 이동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안 논의가 진행 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직행했다.
'촌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채 의원을 대체 투입하고도 좀처럼 법안 발의를 위한 사개특위 합의가 좀처럼 진척되지 않자 바른미래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를 넘겨 당 정책위의장인 권은희 의원마저 협상 도중 강제 사임시켰다. 사보임계 제출 역시 팩스를 통해서였다.
사보임 신청서가 발송된 국회 의사과 사무실은 또 한번 난장판으로 변했다.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의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집결해 바른미래당 원내 지도부를 맹비판했다.
바른정당 출신인 유의동 의원은 "살다살다 이렇게 더럽게 정치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탄식했다.
의사과에 모인 바른미래당 의원들 |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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