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과의 초당적 합의안 마련을 둘러싼 반발 고조
극우 강경파 5월 선거시즌 주도…합의안 하원 통과 더 어려워져
지난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임시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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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두 번에 걸친 연기 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발효 시한이 오는 10월 31일로 예고돼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 정국을 이끌고 있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입지가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보수당 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면서 일각에서는 당규 개정을 불사한 불신임 투표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3월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안이 통과될 경우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향후 유럽연합(EU)과 영국 간의 미래관계에 대한 논의는 차기 리더십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미 세 번에 걸친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부결과 두 번의 브렉시트 시한 연기를 지켜본 당 내 강경파들이 이미 메이 총리를 더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치적 적이었던 노동당과 손 잡고 하원의원 과반 이상이 지지하는 초당적 합의안을 내놓겠다는 메이 총리의 ‘궁여지책’도 진정한 브렉시트가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내 사퇴 여론을 수용, 서둘러 브렉시트 정국을 봉합하고 총리직을 내놓겠다는 메이 총리의 계획은 결국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 됐다.
유럽의회 조나단 블락 의원이 브렉시트당 표지판을 들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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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역 보수당 연합의 간부들은 메이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구속력이 없는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투표에는 당 최고위급 간부 800명이 참여하며,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불신임 투표를 열기 위해 당규를 개정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메이 총리는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은 바 있다. 당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공식적인 불신임 투표는 열리지 못한다.
다만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브렉시트 시한 전에 총리직을 맡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점은 메이 총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총리실 측은 내각 내 잠재적 경쟁자들이 영국이 EU를 탈퇴하기 전에 총리직을 이어받는 것은 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숨 쉴 공간이 생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메이 총리가 불신임 여론을 극복하고 총리직을 유지하더라도 브렉시트 시한 전에 탈퇴 협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5월에 열리는 지방 정부 선거와 유럽 의회 선거를 앞두고 브렉시트에 대해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는 극우 보수정당이 선거의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의 극우 성향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 전 UKIP 대표가 이끄는 신당 ‘브렉시트당’이 5월 23일부터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의미있는 의석 수를 획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메이 총리와 그 지지자들은 강경파인 패라지가 승리하면 중도 보수주의자들은 강경파의 압박을 받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하원이 자신의 탈퇴 협정에 찬성하도록 설득하려는 메이 총리의 희망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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