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협의’ 합의안에도 한국당은 불만
바른미래 내홍으로 좌초 가능성도 남아있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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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하던 ‘제1야당 패싱’이 현실화되자 자유한국당이 고심에 빠졌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에 대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상정에 합의하면서 한국당은 “남은 20대 국회 전체를 보이콧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는 순간 의회민주주의의 시한부 270일이 시작된다”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무한권력 대통령, 지리멸렬 국회의 최종배후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 청와대가 기획하고 여당이 실천하는 의회 민주주의 파괴”라며 “좌파 연합 세력이 내년 총선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속셈이다. 우리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당 소속 의원들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호응하며 패스트트랙 저지를 결의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이날 예정된 대구 민생대장정 일정을 취소하고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총선용 악법 야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보면 참담한 심정”이라며 “민생 현장에서는 ‘제발 국회가 일을 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누구보다 민생을 챙겨야할 정부ㆍ여당이 민생과는 상관없는 패스트트랙 악법으로 국회를 마비시키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전날 패스트트랙 합의 소식에 이날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의총 직전 한국당은 당 지도부가 모여 비공개회의를 갖고 패스트트랙 저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개회 후 교착 상태에 빠진 4월 국회에 이어 내년 총선까지 20대 국회 전체를 보이콧해서 패스트랙 논의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 원내대표도 전날 합의 소식에 대해 “의회민주주의가 조종(弔鐘)을 울렸다. 좌파 장기집권 플랜이 가동됐다”며 “패스트트랙을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제한적 기소권’을 전제로 한 공수처법 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 자체에 대해 당내 이견이 큰 바른미래가 최종 합의에 실패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한국당 내에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바른미래는 그간 패스트트랙 상정을 두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의원 사이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분당 가능성까지 나온 상황이다. 바른미래가 추인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 통합에 실패할 경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도 함께 좌초된다.
바른미래가 합의에 성공하며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실제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이 225석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일부 반대의견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패스트트랙 상정에 반대해온 바른미래 내부의 반대표까지 합쳐지면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
여야 4당이 합의안에 ‘한국당과의 협의를 계속한다’고 명시했지만, 실제 협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합의안에 대해 한국당에서는 “애초 협의를 하고자 했으면 패스트트랙 추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국회 내 갈등은 4월 국회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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