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계, 비공개·과반 표결에 반발…김관영 "관행대로" 일축
손학규와 유승민 |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방현덕 이은정 기자 = 바른미래당이 23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또 한 번 반쪽으로 나뉘어 충돌했다.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놓고 지속해 온 내홍이 당 지도부의 패스트트랙 추진 강행과 함께 절정에 달한 형국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3당과 전날 마련한 패스트트랙 잠정 합의문에 대한 추인에 나섰다. 지난달 14일 열린 심야의총 이후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의원총회는 이날로 벌써 4번째였다.
예상대로 당 지도부 및 국민의당계를 중심으로 한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바른정당계가 주축이 된 반대파 의원들은 의총장 문이 열리기 무섭게 부딪쳤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원내지도부가 의총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부터 문제 삼으며 회의는 처음부터 파행 기미를 보였다.
지상욱 의원은 "당헌에 의총은 공개하게 돼 있고 비공개로 하려면 의원들의 요구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밀실 안에 가두고 언론보고는 나가라고 하는 게 맞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김관영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로 생각하지 않겠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개 여부를 놓고 표결까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동안 많은 토론이 있었으니 관행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지 의원의 요구를 일축했다.
시선 외면 |
합의안 추인을 위한 정족수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의원총회의 기능과 권한을 규정한 당헌 49조를 놓고 찬성파는 '출석의원 과반'을, 반대파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내걸며 팽팽히 맞섰다.
지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향해 "오늘 과반수 표결을 유도하려고 하느냐"며 "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우리 당론을 지키지도 못해 놓고 과반으로 표결을 하려는 시도는 비민주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공식 회의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이야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역시 바른정당 출신이자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유의동 의원은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입장도 얘기하지 못하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양측간 전운은 이미 의총 시작 전부터 고조됐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찬성파 쪽에서는 '이미 표 단속은 끝났다'며 표결 처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해당 상임위에서 하게 돼 있는 만큼 합의안 추인이 안 되더라도 패스트트랙 지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강경 발언도 나왔다.
반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에서는 표결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국민의당 출신의 안철수계 의원 일부가 손 대표의 사퇴론으로 기울면서 패스트트랙 추인도 거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거론됐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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