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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세 번의 고비’ 넘은 선거제도 개혁… 네 번째 고비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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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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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거법 개정이 안 되면, 앞으로 20년간 개혁이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4당 원내대표들은 선거제도 개혁안 논의가 막힐 때마다 서로에게 이런 말을 자주 건넸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으로 촉발된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그동안 세 번의 고비를 건너면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잠정 합의안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신속처리 대상안건(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리기로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입장 정리를 못 하면서 네번째 고비를 맞고 있다. 이번 고비를 넘지 못하면 20대 국회는 ‘개혁법안처리 0건’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첫 번째 고비, ‘더불어한국당’
선거제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건 지난해 말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면서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논의를 거부하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더불어 한국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직후였다. 두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즉각 도입하라’는 현수막을 펼쳐놓고 단식농성을 벌였다. 결국 단식 열흘째인 지난해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 고비를 넘긴 순간이었다.

■ 두 번째 고비, 한국당의 사보타주
순풍을 타는 듯했던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한국당의 사보타주에 가로막혔다. 합의문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1월21일 의원총회를 통해 지역구를 200석(현재 253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구상안을 발표했다. 이틀 뒤엔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이 의석 330석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합의안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당은 어떤 안도 내지 않았다. 결국 여야 4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채 선거제도 개혁안과 다른 개혁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했다. 개혁법안으로는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선택됐다. 한국당은 지난달 15일이 돼서야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하고 비례대표를 모두 없애 270명 국회의원 모두를 지역구에서 선출하자는 자체 안을 내놨다.

■ 세 번째 고비, 여야 4당의 선거제 합의
여야 4당이 선거제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의원정수 확대 여부가 첨예한 쟁점이었다.

결국 지난달 15일 의원정수를 유지한 채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되, 연동률을 절반으로 낮추는 안을 만들어냈다. 가령 ㄱ 정당이 정당 득표율 20%를 얻었다면, 이 정당이 지역구를 포함해 보장받는 전체 의석수는 300석의 10%를 반영한 30석이다. ㄱ정당이 지역구에서 20곳이 당선되면 나머지 10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식이다. 10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각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된다. 여야 4당은 지난달 17일 7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선거제도 개편 쟁점에 대해 합의하고 이튿날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 초안을 공개했다.

■ ‘세 번의 고비’ 넘어 이번엔?
하지만 잠정합의문이 나온 지 이튿날부터 바른미래당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정병국·이혜훈·유의동·이언주·하태경·지상욱·김중로 등 8명의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의원들 의사를 무시하고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의총이 끝난 뒤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과 관련한 우리 당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더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권만 가지고, 기소권은 검찰이 가지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경찰·판사에 대해서는 수사·기소권을 갖고, 나머지 대상에 대해선 수사권만 갖는 공수처 안을 바른미래당에 비공식 제안했다.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는 이 협상안을 쥐고 지난 18일 또다시 의총을 열었지만, 문서로 된 합의안이 없다는 이유로 표결에 올리지도 못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다시 만난다. 막판조율을 위해서다. 극적으로 합의안이 마련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개혁입법 성과를 내야 하고, 다른 정당들도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내로 합의안이 마련된다면 네번째 고비는 넘어선다. 그때가 되면 각 당 의원들의 최종 동의 여부만 남는다.

끝내 선거제 등 개혁입법 처리가 무산되면 여야 모두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소야대로 출발한 20대 국회는 임기 첫해에는 민의를 수용해 대통령까지 탄핵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오히려 민심에서 멀어지는 모습만 보인 게 아닌가 싶다”며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인데 여야 4당이 합의한 최소한의 과제를 패스트트랙에도 올리지 못한다면 ‘무능’ 두 글자 말고는 떠올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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