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그랜저 검사 이야기 사라져 아쉽다” “함바 비리 경찰만 수사, 이상한 냄새 콸콸콸”
간부 5명 검찰 공소장 보니…비위·인권침해 노골적 옹호
검찰 수사엔 ‘물타기’ 시도, 지시한 조현오 “홍보 일환”
경향신문이 입수한 황성찬 전 경찰청 보안국장(57), 김성근 전 경찰청 정보국장(61), 정용선 전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55), 정철수 전 제주지방경찰청장(56), 김재원 전 경찰청 대변인(59) 등 간부 5명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황당 댓글들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1월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간부들이 함바식당 브로커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두고 작성한 댓글들이다. 함바 비리 관련 기사에 “그 재밌는 그랜저 검사 이야기가 사라지다니 아쉽다. 경찰 함바 비리 수사 너무 재미없다. 힘 없는 경찰 너무 불쌍해” “무엇인가 이상해. 함바집 사건에 왜 경찰만 유독 조사받나, 검찰의 수사에 이상한 냄새가…콸콸콸” 같은 댓글을 달았다.
경찰 수뇌부의 도덕성이 비판받자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에 검찰이 경찰 비위 행위를 수사한다며 ‘물타기’를 한 것이다. 당시 경찰청 정보7계의 일명 ‘스폴팀(Seoul Police Opinion Leader)’이 댓글들을 썼다. 황 전 보안국장과 김 전 정보국장은 2010년 1월~2012년 4월 이 조직을 신설·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댓글공작을 벌였다. 2010년 11월 서울 종암경찰서 경찰관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에게 “그깟 엉덩이 한번 대주면 어때서 그러냐”고 막말을 해 비판을 받았다. 스폴팀은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경찰관이 그런 발언을 할까요. 먼가(뭔가) 오해가 있거나 만들어낸 이야기 같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같은 해 12월 서울 성북경찰서 경찰관이 자백을 받으려고 피의자를 구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스폴팀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그런 가혹행위는 사실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경찰 피의자 가혹행위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하겠다고 하네요. 경찰의 변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네요” 같은 댓글을 달았다.
황 전 보안국장과 김 전 정보국장은 매일 댓글 실적을 취합해 매월 경찰서별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댓글공작을 독려했다.
조 전 청장은 “정당한 홍보 업무”라고 주장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근 1심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홍보의 일환으로 정당한 업무수행일 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왜 익명에 숨어서 했느냐”며 반박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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