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에 진행된 특조위 방해 35번째 재판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족에게 위로 전해"
"특조위 방해한 적 없고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과장된 것"
재판부 "조만간 최후 변론을 진행할 것"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최정훈 박순엽 기자] 세월호 5주기인 16일 서울동부지법에선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업무방해 사건의 35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이병기(72)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사전에 차단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민철기)는 이날 오전부터 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방해행사)로 기소된 이 전 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60), 조윤선 전 정무수석(53),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58),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60)의 35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법원 청사에 도착한 조 전 수석은 ‘세월호 5주기에 공판에 참석하는 심정은 어떤지’, ‘이전 공판에서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는지’ 등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재판장에 들어갔다. 다만 조 전 수석의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가 “재판을 진행하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만 전했다.
조 전 수석은 김 전 장관·윤 전 차관과 짜고 해수부 차원의 특조위 대응 전담팀을 구성해 특조위의 조직과 예산을 축소하기 위해 내부 동향 문건 ‘특조위 활동에 대한 단계별 대응전략 마련’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은 김 전 장관 및 윤 전 차관과 공모해 지난 2015년 해수부 소속 실무자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7시간 행정 조사 안건의 부결을 위한 기획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은 이 전 실장의 증인신문으로 시작됐다. 이 전 실장은 신문에 앞서 “4·16 5주기이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검사 측은 이 전 실장에게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조위가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 안건으로 상정하고 채택하는 것에 대해 해수부가 책임지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는가”를 물었다.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보고서에 ‘해수부가 책임지고 대응’ 등 표현이 있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구체적으로 지시한 바 없고 수석 보고 사항이었기에 그 기조에서 말한 것”이라며 “실제 회의에서 ‘알아보라’는 표현이 나와도 홍남기 당시 기록비서관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대응’, ‘제어’ 등 강한 표현이 들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실장은 특조위가 이른바 ‘대통령의 7시간’ 등에 대한 조사를 안건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에 대해 해수부 중심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등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실장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싶었으면 법적 검토를 미리 시켰을 것”이라며 “특조위 조사 안건이 이미 통과된 이후에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나서라’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35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이날 “다음 기일이나 그 다음기일에 최후 변론을 진행하는 것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이르면 5월 안에 재판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에 재개된 재판에서는 안 전 수석과 조 전 수석의 증인 신문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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