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다승 1∼3위 '三金' 감독…한화서 씁쓸히 퇴장
개막전에서 홈팬들의 기립박수에 인사하는 보치 감독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 6일(한국시간)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개막전에서 주인공은 브루스 보치 감독이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에서 보치 감독이 호명되자 4만여 관중이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팬들의 기립박수는 2분여 동안 이어졌고 보치 감독은 모자를 벗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이날 시구도 이례적으로 보치 감독이 맡았다.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이 마운드를 둘러싼 가운데 홈플레이트 뒤에 앉은 파블로 산도발을 향해 첫 공을 던졌다.
보치 감독이 개막 행사의 주역이 된 것은 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이제 다른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라며 감독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시구하는 보치 감독 |
보치 감독은 현역시절 그저 그런 포수였지만 지도자로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
199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에 올라 이듬해 지구 우승을 차지해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보치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해 올해까지 13시즌 동안 이끌고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를 맡아 2010년과 2012년, 2014년 세 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세 번 이상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보치를 포함해 10명뿐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감독 통산 24년 동안 1천926승 1천944패 승률 0.494를 기록했다.
승률이 5할에 못 미치긴 해도 역대 감독 다승 순위 1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보치 감독은 2014년 우승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7년에는 지구 최하위였고 지난해에도 4위에 그쳤다.
올 시즌에도 홈 개막전에 앞서 원정 7연전에서 2승 5패로 부진했으나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지 않지만, 팬들은 그동안의 노고와 존경심을 담아 보치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응용, 김성근, 김인식 감독(왼쪽부터) |
38년 역사의 KBO리그에도 수많은 감독이 있었지만, 박수를 받고 떠난 지도자는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쌓은 감독이라도 마지막에는 소리 없이 계약이 해지되거나 시즌 도중 경질되는 사례가 있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대기록을 수립하고 통산 1천554승 1천288패 68무로 최다승 1위에 오른 김응용 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야신'으로 불렸던 다승 2위 김성근(1천388승 1천203패 60무) 감독이나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이 있었던 3위 김인식(978승 1천33패 45무) 감독도 떠날 때 박수를 받지는 못했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감독이었던 이들 '삼김(三金)'은 공교롭게도 마지막 지도자 생활을 한화 이글스에서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홈런왕 이승엽처럼 은퇴 투어를 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감독들도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야구계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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