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뺀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바른미래 내홍에 급브레이크
민주, 야 3당과 공조 유지 갈림길…내달까지 교착 지속될 듯
여야 5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 합의 |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슬기 기자 = 내년 4·15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 전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무색하게 어떤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지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지난달 17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한 이후로도 한 달 가까이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표면상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지정 안건)에 올리기로 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둘러싼 각 당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온 정치권의 선거제 개혁 시도가 끝내 좌초되고 말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과 한국당은 약속 이행해야' |
지난해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협치의 틀로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하고, 첫 합의문에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는 문구를 남겼다.
이어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제 개혁을 2019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안 연계에 반대해 무산됐다.
민주당과 한국당만의 합의로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이해찬 |
그리고 농성 열흘째인 지난해 12월 15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적극적인 중재로 여야 5당이 선거제 개혁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극심한 여야 대치 속에 1·2월 임시국회가 연달아 파행하는 사이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여야 4당 정개특위 간사들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등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고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회의 주재하는 김관영 원내대표 |
한때 순조로워 보였던 패스트트랙은 바른미래당의 내홍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들이 여야 4당 공조를 적극적으로 막아선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인위적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애초 검찰 개혁의 취지를 고려할 때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는 강경론이 대두하면서 타협의 여지가 더욱더 좁아졌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지만, 패스트트랙 논의의 동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4·3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여야 원내지도부 차원의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선거제 개혁을 논의하는 정개특위 제1소위도 1월 말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발언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
한편 한국당은 의원내각제 등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하지 않고, 선거제만 손을 본다면 전체적인 제도가 정합성을 띠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한국당은 여야 4당의 줄기찬 요구에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한 270명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방향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은 특히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계속 추진할 경우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만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개시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여야 4당 공조를 계속 유지할지, 한국당과 다시 손을 잡을지 갈림길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오는 17일께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패스트트랙 성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 새 원내대표 선거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만큼 그때까지는 교착 정국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의당, 여·야 5당 선거제 합의문 이행 촉구 |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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