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역습'의 시작..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김지우 캠페이너 인터뷰



1인 가구 증가 등 생활양식이 변하면서 1회용품, 1회용 포장, 개별 플라스틱 포장이 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국 기업이 필리핀에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라고 속이고 불법 수출한 쓰레기 6,300톤 중 1,200톤이 반환되기도 했다. 2017년 한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은 378만 3,298톤으로 산업 플라스틱 폐기물을 더하면 1년에 876만 4,599톤이 배출됐다. 유로맵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 순위는 63개국 중 3위다.

파이낸셜뉴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주에 플라스틱을 소비하셨나요?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과 김지우 캠페이너에게 ‘지난주에 플라스틱을 소비했는지’ 물었다. 답은 ‘그렇다’였다. 김미경 팀장은 “가게에 진열돼있는 제품을 보면 대부분이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포장돼있고, 과일도 랩이나 스티로폼 용기에 포장돼 나오고 있다”라며 “플라스틱 없는 과일을 사고 싶어도 다른 방법이 없는 곳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행사가 있어서 떡을 주문했던 김지우 캠페이너는 업체에 전화해 “낱개 포장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물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깔아둔 비닐까지 없앨 순 없었다. 질문을 좀 더 과거로 돌려봤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식료품 포장재’였다. 라면, 과자 봉지부터 최근에는 테이크아웃 컵과 뚜껑, 빨대, 빨대를 싸고 있는 비닐까지 모두 플라스틱이다.

파이낸셜뉴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해양 생물들이다. 사진=그린피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활용은 고작 9%…식탁까지 올라오는 ‘미세 플라스틱’
1950년대부터 지난 2016년까지 83억 톤이나 되는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그 중 버려진 게 약 63억 톤. 재활용은 고작 9%에 불과하다. 포장재는 플라스틱 쓰레기 만드는 주범이다. 전체 플라스틱 생산의 1/3을 차지하는 포장재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빨대가 코에 꽂혀 괴로워하고 있는 거북이 사진이라든지, 고래가 뱃속에 비닐 봉지나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차서 아사한 사진도 많이 보셨을텐데요” - 김지우 캠페이너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는다. 피해를 보는 건 해양 생물들이다. 2015년 코스타리카 앞바다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채 구조된 사례는 이미 유명하며,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22kg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방류된 붉은바다거북이는 10일 만에 뱃속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득 품은 채로 죽었다.

최근 바다 소금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김지우 캠페이너는 “요리할 때 소금을 쓰지 않는 국가가 별로 없는데,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소금이나 여러 식재료에 섞여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인간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

최근 해염(海鹽)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사진=그린피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한국은 지난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시민들은 분리수거를 아무리 잘해도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플라스틱 문제의 핵심 원인은 ‘일회용 문화’다. 김미경 팀장은 “일회용 문화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해양 오염, 대기 오염 같은 또다른 환경 문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가장 문제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10가지를 전면 사용금지하기로 결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봉투 등을 규제하고 있고, 하와이주도 관광객이 발생시키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심각한 해양 오염으로 이어지자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하는 움직임을 발표했다.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마켓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는 시민들이 직접 파우치나 담을 것을 들고 와서 식재료를 사갈 수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도 ‘더피커’를 시작으로 유사한 콘셉트의 가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숲 인근에 자리한 더피커에 가보니 곡류나 과일 등을 벌크로 진열하고 있었다. 장바구니를 든 손님은 원하는 만큼 무게를 달아 구매할 수 있게 돼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서울숲 인근에 자리한 제로 웨이스트 마켓 '더피커. 사진=조재형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 ‘불(不)편의점’, 일회용품 줄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시
근본적으로 소비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관계 부처는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련해 정확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대처가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미경 팀장은 “시민, 정부, 기업이 같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보다 강력한 규제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축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김 팀장은 “기업이 너무 많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민 참여도 중요하다. 그린피스는 과도한 소비에 대응하는 ‘메이크 썸씽 위크(Make Something Week)’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지난달 30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불(不)편의점’을 열었다. 키워드는 ‘섬유’. 이날 참가자들은 안 입는 옷을 재사용하는 방법을 배웠고, 안 쓰고 안 입는 옷, 가방, 신발 등을 현장에서 교환하기도 했다.

김지우 캠페이너는 “그린피스 불편의점은 3차(3,4,6월)로 나눠 진행된다”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불편의점'을 개최했다. 사진=그린피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당장 플라스틱 자체를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번 쓰고 버리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다.

김미경 팀장은 “우리의 집인 지구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고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나가고 있다”며 “우리가 해결하려는 노력을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는 어떤 집에 살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지우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고,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많다”며 “(불편의점을 통해) 생활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소비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해보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기 시작했다. 매립지나 소각장을 늘리는 식이었던 해결책도 ‘마트 내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 단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팀장은 “심각성을 알았을 때 행동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파이낸셜뉴스

국내로 반환된 '필리핀 불법 수출 쓰레기'가 공개되는 장면. 사진=그린피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촬영=조재형·양문선
영상편집=조재형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