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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의 추락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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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의 추락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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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는 가자미목 넙칫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생김새가 넙적한 것이 특징이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서는 ‘넙치 접’자를 써어 ‘접어’로 소개하고 있으며, ‘본초강목’에는 ‘넙치’로 표기되어 있다. 광어는 도다리와 생김새가 비슷한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 ‘좌광우도’라는 말이 생겨났다. 눈이 광어는 왼쪽에 붙어 있고, 도다리는 오른쪽에 붙어 있다는 뜻이다.

광어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생선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칠 맛과 향이 강하고, 뼈와 내장을 제외한 순살의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닭가슴살과 단백질 함량이 비슷하며, 칼로리는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맛과 향을 중시하는 일본인에게도 고급 횟감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일본 등으로 매년 3000t이상이 수출됐다.

광어는 일본에서 기술을 수입해 1987년부터 양식이 시작됐고 2001년 1만6425t이었던 양식 광어 생산량은 2005년 4만t을 넘어섰다. 이후 우럭과 함께 우리나라 바닷 물고기 전체 양식의 90%를 차지하며 ‘국민 횟감’으로 불리게 된다. 한때 전국의 광어 양식어가는 800여곳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광어의 인기가 예전만 못 하다. 사람들 입맛이 변하면서 노르웨이산 연어나 일본산 방어 등에 인기가 밀려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생산량은 여전히 많아 광어 가격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달 제주산 광어의 산지 출하 가격은 ㎏당 8500원에서 9000원선이다. 1㎏당 9000원은 10년 전인 2009년 제주연구원이 분석한 생산원가와 같은 가격이다. 지난 해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분석한 양식 광어의 생산 원가는 1만1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당 9000원에 10t을 팔면 20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광어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일본 수출 감소와 함께 국내 소비 부진이 가장 크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달 ‘광어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김 전 장관은 SNS에 “가급적 식사 때 광어회를 선택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어의 날개 없는 추락에 양식 어민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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